국민연금이 삼성그룹주 ‘열풍’에 힘입어 1조 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삼성그룹이 계열사 매각과 자사주 매입 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여 왔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13개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지분 평가액은 지난달 28일 현재 20조17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그룹의 화학·방산 계열 4개사 매각 발표 전날인 지난달 25일의 19조547억 원보다 1조1238억 원(5.9%)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의 한화그룹 매각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2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208억 원 규모의 제일기획 지분 매입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굵직한 이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삼성그룹이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사흘 동안 8.15% 급등했다. 이에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액도 1조1164억 원이 늘었다.
이외에도 제일기획은 72억 원의 평가이익을, 삼성물산이 405억 원, 삼성전기는 257억 원의 평가이익을 국민연금에 보탰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가속화하면 국민연금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13.66%, 삼성전자 7.81% 등 17개 상장사 가운데 13개사의 지분을 5% 이상 확보해 사실상 삼성그룹의 2대 주주에 가까운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국민연금 자산도 상당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