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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 (22) 휠라(FILA)]103년 전통 글로벌 브랜드 한국이 인수, 올림픽서 명성

2007년 이탈리아 본사 인수, 런던 올림픽 베스트 유니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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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9호 정의식 기자⁄ 2014.12.18 09:11:53

▲이탈리아 비엘라시에 건립된 휠라 뮤지엄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F’ 로고로 유명한 휠라(FILA)는 탄생 103년을 맞는 스포츠 브랜드다. 1911년 이탈리아 북부 비엘라 지방에서 휠라 삼형제가 만들어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됐고, 현재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탈리안 특유의 남다른 색채감각과 디자인으로 패션과 기능을 접목한 최초의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부근, 밀라노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 비엘라(Biella). 당시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목공업에 종사하고 있던 휠라(FILA) 가문의 삼형제는 무언가 보다 생산적인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당시 흔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필요로 할 직물 생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형제 중 지오바니(Giovanni) 휠라는 직물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천혜의 자원을 이용해 니트웨어와 언더웨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휠라 브랜드의 시초가 됐다.

▲휠라(FILA)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레이닝재킷(1970년대 테니스 라인)


휠라 삼형제는 태양과 포도주,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만의 독특한 컬러 감각을 의류 디자인에 반영했다. 1923년 남성과 여성, 아동 라인까지 확장하며 본격적인 사업체의 모습을 갖추며 현재 휠라그룹의 모태로 자리잡게 된다.

1970년대 초, 스포츠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고(故) 엔리코 후레시(Enrico Frachey) 전 휠라그룹 회장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언더웨어 대신 피팅감과 기능성을 더한 스포츠 의류를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휠라를 대표하는 화이트 피케 셔츠에 네이비와 레드 스트라이프로 포인트를 준 티셔츠로 대표되는 화이트 라인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지금은 휠라 브랜드 로고로 사용하는 F박스 로고체도 완성됐다. 자동차로 유명한 피아트(Fiat) 그룹을 인수하면서 휠라는 이탈리아 작은 도시의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휠라(FILA) 헤리티지 BB 컬렉션(1990년대 NBA스타 농구화 재해석, 2014 출시)


스포츠 스타와 윈윈 마케팅 펼쳐

1980년대 미국에서 의류에 이어 신발, 스포츠화 분야에 도전하게 된다. NBA스타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0년대, 프로선수들이 착용한 하이탑 농구화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2000년대 초 이탈리아 본사가 미국으로 이전했고, 2007년에는 한국 휠라코리아 경영진이 전세계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해 본사 역할을 하게 됐다. 인수 이후에도 이탈리아 DNA를 지닌 정통 스포츠웨어로서 브랜드 정통성을 고수, 감각적인 스포츠웨어로 현재 세계 70여 국가의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과거 테니스 라인을 재해석해 2011년 선보인 브랜드 탄생 100주년 기념 제품


지난 2010년 이탈리아 비엘라 시는 비엘라에서 탄생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한 휠라의 브랜드 정신을 기리고 공유하기 위해 ‘휠라 뮤지엄’을 건립했다.

1960년대까지 니트로 된 이너웨어를 주로 만들던 휠라는 1970년대 들어서며 스포츠웨어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다.

브랜드는 스포츠 스타가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디자인이나 컬러감에서 해당 스타만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신발이나 의류 등을 착용하는 스타는 이에 걸맞는 멋진 승부를 펼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되는 윈윈(Win-Win) 마케팅이다.

우승자 보다 끊임없는 도전과 역경을 헤쳐가는 스타의 인생 스토리와 함께 하는 브랜드를 추구했다. 휠라와 함께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간 스포츠 스타로는 테니스 선수 비욘 보그를 꼽을 수 있다.

▲휠라(FILA) 브랜드 첫 제품 라인(화이트 라인)


테니스 스타 비욘 보그와 휠라 유니폼

아이스하키 선수를 준비하던 한 소년의 인생은 우연히 얻은 테니스 라켓 하나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투핸드 백핸드와 육중하고 날카로운 톱스핀으로 초등학생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친 그는 1971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국제적 유망주로 발돋움한다. 금발의 테니스 신동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휠라였다.

1973년부터 이 잘생긴 금발 선수에게 유니폼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왼쪽 가슴에 로고를 새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 젊은 청년을 활용해 휠라의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착안하게 된다.

▲네덜란드빙상연맹(KNSB) 후원협약식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탈리아에 있던 디자이너인 피에르루이지 롤란도(Pierluigi Rolando)는 보그의 개성에 맞춘 특별한 유니폼을 제작했다.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슬림핏 디자인에 F자 로고가 어우러진 ‘비욘 보그’ 라인은 컬러풀하고 모던한 이탈리아의 디자인 감각을 잘 드러냈다.

컬러풀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비욘 보그는 엄청난 테니스 실력만큼이나 과감한 유니폼패션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불러일으켰다. 보그는 준비된 스타였고 모든 것은 완벽했다. 1976년부터 5연속 윔블던 대회를 제패하며 스웨덴은 물론 전 세계가 그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관심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보그가 입은 휠라 유니폼이 있었다.

매년 그에게 다른 디자인의 비욘 보그 라인을 제공했고 그가 입은 디자인은 전 유럽에 유행하였다. 이탈리아와 전 유럽 등 테니스의 열기가 닿는 모든 지역에는 비욘 보그의 스타일을 따르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단체스포츠 후원, 글로벌 브랜드 위상 강화

1991년 이탈리아 본사의 한국 법인으로 출발한 휠라코리아㈜는 2005년 법인 독립에 이어 2007년 글로벌 휠라 본사를 인수하여 ‘꼬리가 몸통을 삼켰다’라는 평을 들었다.

인수 이후에도 휠라코리아는 국내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종목의 선수 및 팀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대한체육회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대표 선수단 스포츠 단복의 총괄 제작을 맡아 진행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문양과 한민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청’을 컨셉트로 제작해 공급했다. 이 단복은 타임지가 선정한 ‘런던올림픽 베스트 유니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계올림픽에 그치지 않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연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양을 기본 디자인으로 총괄 제작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와 달리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혹한의 기후에서도 선수들에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담보할 수 있어야 했기에 많은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에서 당당히 겨뤄 독점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비욘 보그 테니스 라인을 디자인한 휠라(FILA)의 디자이너 피에르루이지 롤란도의 1970년대 디자인 스케치들


국내 스포츠축제의 후원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글로벌 브랜드답게 세계적인 경기연맹에 후원을 결정한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도 오직 빙상종목에서의 메달로 종합순위 5위에 오른 네덜란드 팀의 후원이 그것이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속한 네덜란드 빙상연맹을 후원해 자사의 기술력을 실험하고 선수들의 필드테스트를 거쳐 퍼모먼스 기어를 공들여 연구 중이다.

휠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함께해 온 선수들과 그 당시 그들이 착용해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출시, 과거 향수를 떠올리는 한편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NBA스타들의 농구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최근 출시한 ‘헤리티지 BB’ 컬렉션이다.

지난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달려왔다.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열정과 정신을 제품 하나 하나에 담으려고 애썼다. 이는 차곡차곡 자연스럽게 브랜드 제품에 녹아 소비자와 함께 호흡해왔다. 이제 대한민국과 함께 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된 휠라(FILA)의 새로운 100년을 기대한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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