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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김순철]한땀 한땀 손으로 떠낸 ‘회수화’ 도자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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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기자⁄ 2015.01.13 08:53:53

▲김순철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속도가 생명인 21세기에 오로지 손으로 일일이 형상화한 도자기들이 대량생산된 도자기와는 차원이 다른 은은함을 뽐낸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지만 전통채색 기법과 바느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가 김순철(50). 그가 단아한 도자기 실루엣에 금실로 빼곡히 바느질한 독특한 작품들을 갖고 세상 나들이에 나섰다.

전통채색화에 바느질기법이 차용된 회수화(繪繡畵) 형태의 작품들은 평면 위에 도톰한 요철감과 질박한 시각적 느낌을 주는 시각-촉각적 회화이다. 회수화에 응용된 바느질은 끊어진 것을 다시 연결해주는 소통과 화합의 의미로 다가선다.

▲About wish1416-4, 65x65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14


작가는 “바느질을 통해 느리지만 오래된 기억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며, 드러나는 형상에 나 자신을 투영해 돌아보게 한다. 지루한 작업의 연속이지만 겹겹이 얽힌 제 자신의 감정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어 섣불리 풀어내지 못하는 속내를 삭히는 치유와 자정의 시간이었다”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반복되는 바느질의 긴 작업은 겹겹이 얽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며 마음을 서서히 비워내 심적 평정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즉 치유와 자정의 시간이다. 오브제로 사용된 실은 화면의 앞면과 뒷면을 오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연결한다. 또한 내면과의 소통, 자존의 생명성을 의미한다.

▲About wish1416-1, 65x65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14


이런 행위는 외연과 오랜 기억 속에 상처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의 내면을 끌어내 같은 시간상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기억들의 향수는 작품에 서정적인 감상으로 이입돼 명상적 자기치유의 방향으로 전환된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순철은 캔버스에 항아리를 그려 넣는 작업을 통해 우아-담백한 도자기의 형태미를 드러낸다. 단아한 도자기의 실루엣에 ‘복을 품은 금항아리’로 명명된 작품들은 1월 7∼24일 서울 인사동로 장은선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About wish 1415-2, 27x27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14


“요철로 드러나는 질료의 사유”
- 미술평론가 유근오가 본 김순철

김순철의 작업은 붙이고, 새기고, 칠하고, 닦고, 꿰매기를 거듭해 이뤄진다. 지난한 과정과 노고를 차지하고라도 ‘비움’의 미학과는 다소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왜 그토록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면실의 바느질로 무엇인가를 재현하는가 하는 점이 아니라, 왜 그가 전통회화와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오브제의 연금술로 자신의 화면을 조성하는가 하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의 도자기 이미지는 외연일 뿐 도자기를 재현하는 것이 그 본질은 아니다. 짐짓 도자기의 이미지로 인해 소재주의적 발상으로 오해 받을 위험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About wish 1404, 27x27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2014


물론 그의 작품을 보고자 했을 때 제일 먼저 감상자의 시선을 반긴 것은 재언의 여지없이 중앙에 자리 잡은 형상이다. 통상 감상자가 어떤 작품의 결정된 구조가 아니라 형태를 먼저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거기에 면실과 바느질이 우리네 삶의 해묵은 기억과 시간의 켜를 들추어낸다. 이 기억과 시간의 켜는, 한편으로는 고되고 반복적인 노동을 통하여 치밀한 완성도의 화면을 보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치밀함과 장식적 미감 때문에 전통적 미학의 문맥에서 슬쩍 벗어나 회화와 공예의 회색지대에 위치시키는 장면을 보게 한다.

치밀하면서도 담백한, 섬세하면서도 농밀한,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교차 내지는 경계의 지형을 담아내는 김순철의 회화는 전통의 존엄과 현대의 혁신을 가로지르는 탁월한 감성적 에너지로, 일상의 오브제를 새로운 예술의 층위로 확장시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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