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섭씨 650∼700도까지 올라가는 가마 안에 와인 잔을 얹어 놓으면 중력에 의해 위쪽에 있는 와인 잔들보다 아래쪽 잔들이 미세하게나마 조금 더 눌리게 된다.
가마 안에 특정한 형태의 틀을 놓고 그 위에 유리를 얹은 뒤 온도를 올려, 유리를 형틀 모양대로 주저앉혀 성형하는 '슬럼핑(slumping)' 기법이다.
조각가 김지원(53)이 2년 전부터 이 기법에 주목해 작업한 와인 잔과 병들을 '집적'해 제작한 작품들을 2월 27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사미루 전관에 펼쳐 놓는다.
이번 전시는 일생을 미술 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김종영미술관이 2004년부터 매년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진행하는 '오늘의 작가'전으로 마련됐다.
전시에는 성형된 와인 잔-병들과 대면하면서 김지원 작가가 가진 '즉물적 느낌'에 주목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유리 오브제의 물성은 가마 속에서 불에 의해 성형된 뒤 작가의 즉물적 느낌에 따라 작품으로 변신한다.
과거 '합일-기'에서 보여주었던 와인 잔 작업의 업그레이드된 형태와, 와인 병들을 사용한 새로운 작업들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변모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후 4회의 개인전과 대구아트페어, 화랑미술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7회 MBC구상조각대전 대상, 홍익대학교 야외조각대상전 특선을 수상했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