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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을 만나다 - 오상택 작가]“명품 옷으로 표출되는 현대인 욕망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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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0호 김금영 기자⁄ 2015.03.05 08:55:50

▲오상택 작가는 명품 옷에서 발견한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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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캔버스에 아름다운 흰색 드레스가 나풀거리고 있다. 참 섬세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아니란다. 캔버스에 사진을 인화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그림인 듯, 사진인 듯 모호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오상택 작가를 그의 개인전 ‘굿즈 포 휴먼(Good(s) For Human)’이 열리고 있는 KDB대우증권 WMC역삼역 아트스페이스 현장에서 만났다.

작가는 자신의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20대 젊은 시절엔 자아 중심적·실험적인 사진을 주로 찍었다. 그러다가 30대를 넘어 사업에 실패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면서 점차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눈이 갔다”며 “당시나 지금이나 30대 초반엔 힘든 사회생활을 마주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때 ‘시티 로맨스 & 프로세스(City Romance & Process)’ 작업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오상택 작가의 개인전 ‘굿즈 포 휴먼’ 전시장에 걸려 있는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넓은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권투 글러브를 끼고 상대방과 서로 주먹을 날리는 등의 모습을 담은 이 시리즈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애잔함을 대변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40대를 넘은 현재 그의 카메라에 주로 포착되는 대상은 옷, 그 중에서도 명품 옷이다. “왜 옷이냐”는 질문에 그는 조선회화 양식 중 하나인 책가도 이야기를 꺼냈다.

“30대에 주변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점차 현재 내가 사는 이 시대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과거 조선시대엔 책, 도자기, 청동기 등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그린 책가도가 있었는데, 선비들의 자아과시를 위한 수단이자 서민들의 신분상승 욕망을 담은 그림이었죠. 궁중 회화에서부터 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이 그림을 향유했을 만큼 책이라는 대상은 조선 사회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성을 내포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의 시대성을 상징할 요소는 무엇일까? 전 옷이라 생각했어요.”

“조선시대 ‘책가도’를 현재에 대입한다면
이 시대의 상징은 ‘옷’에 있다”


옷은 늘 화제의 대상이다.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은 기사화되며,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검찰조사 때 입은 옷이 고가 명품 브랜드 제품 아니냐는 의혹이 네티즌 사이에 불거진다. ‘옷=사람’이란 공식이 통용되는 현상이다.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회 권력처럼 인식되고 상징되는 옷, 작가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증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두 판넬에 걸쳐 제작된 ‘클로젯’ 시리즈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명품 옷을 담은 ‘클로젯(Closets)’ 시리즈가 과거 책가도 같은 상징성을 내포한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확대 원근법을 사용해 작업한다. 조선 책가도의 대표적인 형식으로, 다양한 시점에서 보이는 대상의 모습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찍은 사진을 실제 피사체보다 크게 만들어 대상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명품’이라는, 가질 수도 있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심리적 거리감의 대상에 잠재된 현대인들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3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클로젯’ 시리즈 15점을 선보인다. 전작에서는 검은 정장과 드레스 등 검은색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엔 흰색 옷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흰색 옷 작업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엔 그냥 옷장에 걸려 있는 정적인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너풀거리는 모습을 촬영했다. 옷을 흔들고 던지면서 완성한 작품들이다.

▲‘클로젯’ 신작과 함께 돌아온 오상택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흰색 또는 검은색 옷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다른 색은 시각적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다 담은 검은색과 반대로 모두 비운 흰색에 매력을 느낀다.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두 색 이외에 다른 색 옷을 찍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클로젯’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도 옷을 사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자와 달리 남자에 대해선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런 그가 ‘클로젯’ 작업을 하면서 마음껏 옷을 만져보고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는 “나 또한 내 욕망을 이 작업에 풀어놓으며 힐링을 받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가상의 옷장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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