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주요 상장사의 매출이 11년만에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유가 급락으로 실적이 나빠진 주요 정유사를 제외하면 오히려 상장사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나머지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이 가려졌던 최근 몇 년 동안의 현상과는 대조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상장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6%, 9.7%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유가증권·코스닥 주요 상장사 12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1935조 6000억 원으로 전년(1967조 1000억 원)보다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106조 2000억 원)보다 줄어든 94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액 감소세보다 영업이익 감소세가 더 가파른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5.3%에서 4.9%로 지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GS칼텍스·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등 대형 정유사 3곳을 제외한 1231곳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1조 5000억 원으로 전년의 67조 4000억 원보다 오히려 6.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4.5%로 전년(4.1%)보다 오히려 개선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악화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 2013년 37조 원에 가까웠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엔 25조 원대로 추락했다.
유가 급락 여파로 37년간 흑자를 지속해왔던 SK이노베이션이 221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S칼텍스도 6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며 4563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58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에쓰오일 역시 34년 만에 적자 전환된 것. 이들 3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을 모두 합하면 무려 9366억 원에 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진했던 삼성전자와 대형 정유사들도 올해는 실적이 회복되고,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앞서 2012∼2013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실적 상위 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전년 대비 실적 부진이 심화했던 현상과 상반된 결과”라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정유사 역시 유가 급락세가 진정되고 재고평가손실이 감소해 올해엔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는 전체적으로 상장사 실적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35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상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3월 후반부터 시작될 올해 1분기 어닝 시즌은 모처럼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