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콘셉트카 F015을 설명하는 벤츠 개발진. 사진 =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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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최영태 기자 ) 당신은 BMW파 아니면 벤츠파? 아니면 아우디파?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도로를 주름잡는 독일명차 3총사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독일에선 매년 이들 3사에 대한 대규모 여론조사가 행해져 순서가 매겨진다. 대형 자동차 잡지인 ‘아우토모토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가 해마다 진행하는 여론조사다.
올해도 독일인 11만 2471명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인 9만여 명이 참여해 투표를 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역시 BMW가 1등”이었다. 그러나 간단치 않은 변화도 읽힌다. 총 13개 평가 항목 중 BMW가 1등에 오른 게 6개, 벤츠가 1등인 항목이 6개, 아우디 1등은 3개 항목이었다(공동 1등 포함 집계).
BMW-벤츠가 잘 달렸고, 아우디는 어중간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전통의 1등’ BMW가 계속 1등을 달리고 있지만, 작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BMW엔 경고등이, 벤츠엔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작년 대비 마이너스 점수를 기록한 항목을 보면 BMW의 주춤과 벤츠의 약진이 더욱 잘 보인다. 13개 설문 항목에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경우는 BMW가 8개 항목으로 가장 많았다. 아우디는 6개 항목에서 전년대비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고, 벤츠는 놀랍게도 단 한 항목도 전년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없었다.
재독 자동차 평론가 이완 씨는 이런 결과에 대해 “벤츠가 전체적으로 2014년도를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걸 알 수 있는 결과이고, 이런 탄력이 2015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각 항목에 대한 여론조사 최종 결과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설문부터 살펴본다.
▲매년 대규모 여론조사를 통해 ‘베스트 카’를 선정하는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의 행사 로고.
BMW가 1등을 차지한 6개 항목
설문 13: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BMW: 89점 / 아우디: 86점 / 벤츠: 82점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형 설문조사에서 아직까지는 그래도 BMW를 최고로 좋아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BMW는 미세하나마 아우디와의 점수 격차를 작년보다 더 벌렸다. 단, 아우디와 BMW가 각각 전년보다 2점과 1점 점수를 덜 받은 반면, 벤츠는 플러스 1점이었다. 13개 설문 중 최종 항목으로서, 독일차 3사에 대한 인식의 흐름을 읽게 한다.
설문 9: 좋은 외모-스타일의 브랜드는 어디라고 보나요?
BMW: 83점 / 아우디: 78점 / 벤츠: 69점
한국 소비자가 값비싼 독일차를 무리해서라도 사는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멋에 민감한 한국인답게 ‘남들이 봐주는 맛’, 즉 디자인 점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이론이 적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BMW > 아우디 > 벤츠로 이어지는 이 여론조사 결과는 중요하고, 순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변화가 없었다. 단, 점수 변화폭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BMW는 작년 대비 마이너스 1점, 아우디는 마이너스 3점을 기록한 반면, 벤츠는 4점이나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젊어진’ 벤츠의 디자인 정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고 있는 현상이라 할만하다.
최근 한경-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 10대와 20대가 BMW(22.8%)보다 벤츠(31.1%)를 더 좋은 브랜드로 꼽았다는 데서도 벤츠의 새 디자인 정책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완 평론가는 아우디에 대해 “쌍둥이룩이라 불릴 정도로 익숙해진 아우디 디자인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싶다”며 “최근 아우디가 안팎으로 스타일 변화를 주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이 점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밝혔다.
▲아우디의 프롤로그 아반트 콘셉트카. 사진 = 아우디
항목 11: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는 어디입니까?
BMW: 84점 / 아우디: 68점 / 벤츠: 45점
독일의 아우토반 같은 무제한 질주 도로환경이 없는 한국에서는, 차량의 스포티 성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천만 원짜리 차를 샀는데, 추월도 제대로 못 한다면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BMW가 압도적 점수로 1등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우위가 분명히 느껴진다. 반면 벤츠는 작년보다 5점이나 점수를 더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형님’과 비교할 때 점수차이가 너무 나,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기 힘들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벤츠가 최근 소형-콤팩트 차량들을 스포티하게 세팅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뵌다.
항목 4: 가장 진보적 기술력을 발휘하는 브랜드는?
BMW: 87점 / 아우디: 78점 / 벤츠: 74점
작년에 이어 BMW가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볼모지였던 독일에서 현대차가 한전부지 땅값으로 내놓은 10조 5500억 원의 절반에 불과한 5조 4천억 원을 쏟아부어 100% 전기차 i3를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좋은 판매 실적을 올리는 BMW의 노력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결국 기술에 투자하는 업체가 가장 진보하는 업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결과였다. 작년과 비교해 벤츠와 아우디는 2점씩 점수를 더 받았고 BMW는 1점 낮아졌지만, 그래도 BMW의 진보-진취적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항목 5: 친환경적인 브랜드는 셋 중 어디?
BMW: 65점 / 벤츠: 40점 / 아우디: 39점
큰돈을 들여 100% 전기차를 개발한 업체가 1등을 차지하는 건 따놓은 당상. 전기차를 앞세워 BMW가 ‘미래의 기업,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놨음을 알 수 있다.
벤츠는 작년 대비 +8점, 아우디가 +7점 상승했고 BMW는 작년대비 -1점이었지만 아직도 점수차가 너무 크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무인 운전차 등에서 본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비춰 본다면 독일 명차 3사는 친환경 분야에서는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항목 7: 가성비(가격 대 성능의 비율)가 좋은 브랜드는?
아우디: 23점 / BMW: 23점 / 벤츠: 17점
벤츠가 1등을 차지한 6개 항목
항목 2: 잔고장이 적어 신뢰성이 좋은 브랜드는?
벤츠: 85점 / 아우디: 85점 / BMW: 82점
작년엔 아우디가 이 부분 1등이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2점을 더 올린 벤츠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BMW는 작년과 같은 점수로 3등에 이름을 올렸다. 잔고장에 관한 한 BMW가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급차의 경우 잔고장이 일어나면 수리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특히 한국 소비자가 눈여겨볼 만한 항목이지만, 세 메이커 사이의 점수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항목 3: 안전한 차를 만드는 브랜드는?
벤츠: 91점 / 아우디: 77점 / BMW: 76점
안전이라고 하면 3사 중 벤츠가 독일인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MW는 작년에 1점 차이로 2위였는데 올해는 다시 1점이 떨어지면서 아우디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전통의 명차’인 벤츠의 고객 이미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베스트 카 선정 결과를 알려주는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 지의 웹사이트 화면.
항목 6: 고객 서비스가 좋은 브랜드는?
벤츠: 74점 / BMW: 70점 / 아우디: 69점
큰 차이는 없지만 고객 서비스 항목에서 벤츠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벤츠와 BMW는 작년과 같은 점수였고, 아우디는 +3점을 기록했지만 그래도 3등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전세계 생산-판매량 순위가 BMW > 아우디 > 벤츠라는 점을 돌이켜본다면 벤츠는 부족한 측면을 고객 서비스를 통해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아우디는 1등 BMW에 못 미치는 고객서비스로 평가를 받은만큼 반성의 여지가 크다고 볼만도 하다.
항목 8: 중고차 판매가치가 좋은 브랜드는?
벤츠: 75점 / 아우디: 72점 / BMW: 66점
“만약 중고차를 산다면 당신은 어떤 메이커를 사고 싶나?”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다. BMW의 점수가 뚝 떨어지는 3등이라는 점에서, 앞의 잔고장 질문과 함께, ‘중고 BMW’의 가치가 아주 낮은 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 순위는 작년과 같아, 중고차 분야에서 특히 저평가를 받는 BMW의 대응이 주목된다.
항목 10: 모터스포츠에서 성공적인 브랜드는?
벤츠: 85점 / 아우디: 75점 / BMW: 71점
벤츠가 작년보다 무려 18점을 더 받아 당당 1위에 올랐다. F1 우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내구 레이스의 강자이지만 전년보다 4점이나 점수를 까먹으면서 2위에 그쳤다. 모터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별로 의미없는 항목일 수 있다.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지의 여론조사 용지.
항목 12: 좋은 광고를 만드는 회사는?
벤츠: 65점 / 아우디: 61점 / BMW: 52점
이미지가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에서, 좋은 광고를 만드는 회사는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벤츠의 노력이 돋보인다. 큰 점수차로 3등에 머문 BMW가 눈에 띈다.
아우디가 1등을 차지한 3개 항목
항목 1: 조립품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아우디: 92점 / 벤츠: 85점 / BMW: 76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우디가 월등히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천의무봉’(천사의 옷은 바느질 없이 완성된다는, 즉 겉모양이 흠없이 매끄럽다는 의미) 같은 이미지를 주는 아우디의 정밀 마감이 소비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BMW는 작년보다 6점이나 점수가 빠지면서 1점 오른 벤츠, 1점 내려간 아우디와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 이완 평론가는 “BMW는 실내 스타일은 좋지만 아우디에 비하면 역시 꼼꼼하고 야무진 조립마감 능력이 아쉽다고 느껴왔는데, 독일인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항목 7: 가성비(가격 대 성능의 비율)가 좋은 브랜드는?
아우디: 23점 / BMW: 23점 / 벤츠: 17점
고가로 팔리는 이들 3사에 대해 가성비를 묻는 자체가 사실 무의미할 정도다. 워낙 비싼 값이기에 “값에 비례한 성능은 어떠냐?”고 물으면 당연히 부정적인 답이 더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13개 질문 항목에서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이유다.
물론,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우디와 BMW가 동점인 반면, 벤츠는 뚝 떨어지는 점수로 3등에 머문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벤츠는 작년과 올해 모두 점수 변동 없이 3등이다. 결국 이들 3개사 제품 중에서도 특히 벤츠에 대해 소비자들이 “값에 비한 성능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소형차 부분에서 BMW-아우디에 휘둘려온 벤츠가 특히 신경을 써서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항목 2: 잔고장이 적어 신뢰성이 좋은 브랜드는?
벤츠: 85점 / 아우디: 85점 / BMW: 82점
총점을 매겨보자면, BMW는 좋은 점(디자인, 성능, 친환경)과 그렇지 않은 점(마감수준, 잔고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명확하게 갈림을 알 수 있다. 벤츠는 전체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가성비, 스포츠 주행 능력, 스타일링 등에서 개선 여지가 많은 편이다. 반면 아우디는 두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고, 좀 더 명확한 개성을 발휘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한편, 조립마감과 잔고장(신뢰성) 부분에서 중요 자동차 메이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다.
질문: 가장 조립마감 품질이 좋은 브랜드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1위: 아우디 92점
2위: 벤츠 85점
3위: 포르쉐 78점
4위: BMW, 렉서스 76점 동점
6위: 볼보 72점
7위: 폴크스바겐 64점
8위: 재규어 51점
9위: 혼다 47점
10위: 랜드로버 39점
질문: 가장 신뢰가는(잔고장이 적은) 브랜드는?
1위: 렉서스 88점
2위: 아우디, 벤츠 85점 동점
4위: BMW 82점
5위: 볼보 79점
6위: 포르쉐, 도요타 76점 동점
8위: 혼다, 마쯔다 73점 동점
10위: 스바루 71점
최영태 기자 dallascho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