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수년내 무인차 상용화”…서울모터쇼는 “먼나라 이야기”
▲메르세데스-벤츠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리서치카. (사진=PR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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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안창현 기자) “앞으로는 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하면 불법이 될 수 있다.” 테슬라 자동차의 CEO 엘론 머스크가 지난 17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율주행 자동차, 일명 무인자동차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2톤짜리 살인기계를 사람이 조작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냐”며 반문했다. 사람보다 기계가 자동차를 더 안전하게 운행하는 시대가 왔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 국내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전격Z작전’의 키트(Kitt)는 엘론 머스크의 말마따나 더 이상 상상 속 산물이 아니다. 위성항법장치(GPS)와 전자지도를 활용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자동차를 운행하는 핵심기술은 이미 개발됐다. 카메라와 센서가 주변의 돌발 상황을 감지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안전기술은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지는 추세다.
▲주변 교통 상황을 감지하는 자동차 센서의 개념도.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이런 자동차 구동기술과 인공위성 지리정보, 거리 감지 레이저센서 등 무인자동차는 산업적으로 현재 최첨단 기술의 집결체라 할 만하다. 이에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무인차 시장 선점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5~10년이면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5년 현재, 연구나 시험운행을 목적으로 대략 250여 대의 무인차가 운행 중이지만 2020년경에는 상용화가 이뤄져 본격적인 무인자동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뒤면 미래도 아니다. 현실의 교통수단으로 실체를 드러내는 무인자동차의 현재를 살펴봤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정보기술(IT) 기업의 자동차산업 진출은 이미 예견돼왔다. IT 기업들은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구현되는 세상을 꿈꿨다. TV, 냉장고, 청소기부터 가스나 전기조절까지 가정 내 거의 모든 사물이 스마트폰에 연결되는 지금, 가장 큰 생활용품인 자동차 역시 IoT의 그물망 안으로 들어갈 태세다.
▲2014년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구글의 2인승 무인자동차 프로토타입.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4년도 해외 ICT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무인자동차는 IoT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다. 보고서는 “무인차량은 복잡한 도로환경에서 빠른 상황판단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지리나 교통 등 복합적인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활용 능력이 필수적인데, IT 기업들은 빅데이터 처리능력과 재원 면에서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IoT 생태계를 일구는 IT 기업의 최전선에 무인자동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글로벌 IT 공룡 구글과 애플을 빼놓을 수 없다. 두 거인은 무인자동차 개발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행보는 뚜렷이 대조를 이뤄 관심을 끈다. 구글이 공격적이고 공개적으로 무인차 개발을 이끌고 있다면 애플은 철저히 프로젝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Driving? No Hands, No Feet!
무인자동차 개발의 선두주자인 구글은 2012년 3월 유튜브에 동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구글 자동차의 구체적인 운행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운전석에 탑승한 스티브 메이헌이라는 사람이 구글 자동차의 첫 이용자가 됐다.
▲렉서스을 개조한 구글 무인자동차.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동영상에서 메이헌은 집을 나와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사고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는 핸들을 조작하지도, 브레이크나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얹지도 않는다. 그저 운전석에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다음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정하는 것이 그가 하는 전부였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메이헌은 사실 시력을 95% 잃은 시각장애인이었다. 구글은 이 동영상에서 시각장애인도 구글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이동의 제약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한 전달했다.
나아가 구글은 현재 구글이 갖춘 기술만으로도 얼마나 안전하게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면허증이 필요 없는 운전자 시대가 곧 열린다는 점에 동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당시 구글은 2016년이면 모든 도로에 적용 가능한 무인자동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첫 모델을 세상에 처음 깜작 공개한 것은 2010년이었다. 공개 당시 이미 14만 마일(22만 5000㎞)을 운행했다고 밝힌 구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비밀리에 무인차 개발을 진행해온 것이다. 현재까지 구글 차는 약 60만 마일(100만㎞)의 무사고 운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2012년 3월 처음으로 공개한 구글 자동차 시험 운행 동영상. 시각장애인 스티브 메이헌이 구글 자동차의 첫 번째 일반인 이용자이었다. (사진=유투브 구글 계정)
구글은 두 차례 정도 사고가 있었지만, 이는 모두 구글 차의 결함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 건은 구글 자동차를 사람이 직접 운전하다 난 사고였고, 다른 한 건은 뒤 차량이 구글 자동차를 들이 받아 생긴 사고였다. 둘 다 사람이 일으킨 사고이고, 기계는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결론이니, 인간 입장에서 머쓱할 만하다.
미국 교통부(Dept. of Transportation)의 무인자동차 개념은 5단계로 나눠진다. 0단계는 ‘비-자동화 단계’로, 지금처럼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속도, 동력 등 자동차 운행에 관한 제어를 모두 책임지는 수준이다.
1단계는 자동 브레이크 지원 등 일부 제어 기능이 자동화된 상태인 ‘특정기능 자동화 단계’, 2단계는 ‘통합기능 자동화 단계’로 최소 2가지 이상의 차량 제어 기능이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 작동하는 단계다.
3단계는 ‘제한된 자율주행 자동화 단계’로, 특정한 도로 및 운행 환경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의 자동 제어가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운전자가 제어 기능을 수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계다.
마지막 ‘완전 자율주행 자동화 단계’인 4단계는 도로 환경에 상관없이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차가 운행 조건을 스스로 파악하고 분석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말 그대로 사람의 조작이 필요없는 무인자동차 수준을 의미한다.
구글이 공개한 무인자동차는 ‘제한된 자율주행 자동화 단계’인 3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현재의 기술적인 한계이기도 하지만, 보다 실용적인 무인자동차 개발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구글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구글은 구글 자동차를 처음 공개한 2010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4일 카메라 설비와 맵핑 센서로 추정되는 장치를 얹은 미니밴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목격됐다. 이 차량은 애플 소유로 알려졌다. (사진=클래이코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구글 부사장 세바스찬 스런은 블로그에서 “구글의 창립자 래리와 세르게이가 구글을 설립한 것은 기술을 활용해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 중 하나는 자동차의 안전성과 효율성”이라고 밝혔다.
무인자동차 개발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구글은 실제 작년 12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제품 실물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캘리포니아 북부도로에서 시험주행에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운전자 없는 차를 만나도 놀라면 안 되는 세상이 빠르면 다가오고 있다.
윤곽 드러나는 ‘IT 공룡’ 애플의 무인차
사실 애플은 무인자동차 개발에 대한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은 바 없다. 하지만 애플이 극비리에 무인전기차 개발에 나섰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들은 애플이 2020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타이탄’이란 프로젝트를 1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애플의 전기차 개발팀은 전문가 200여 명으로 구성됐고, 포드 출신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이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됐다. 이달 초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지붕에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밴이 주행하는 모습이 목격되었고, 이 차량이 애플의 자율주행차인 것으로 추정됐다.
애플은 이런 소문과 추정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제조회사로부터 인력을 빼내간 혐의로 애플이 고소당하면서 일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애플이 배터리 전문업체 A123시스템스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빼간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고 3월 3일 보도했다. 개발 업무를 진행하던 핵심 인력들을 빼가기 위해 애플이 작년 6월부터 접촉했다고 A123시스템스가 매사추세츠 법원에 제소했다는 보도였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도시바, 존슨컨트롤스 등의 기업에서도 배터리 엔지니어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MWC 2015’에서 LTE 통신모듈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LG 워치 어베인 LTE’로 아우디 자동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사진=LG전자)
전문가들은 애플이 개발 중인 전기차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형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의 강점 중 하나인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가 연계돼 아이폰과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갖춘다는 주장이다. 실제 애플은 작년 차량용 운영체제인 ‘카플레이(CarPlay)’를 선보였다.
전기차에는 빠른 충전과 큰 저장용량을 갖추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배터리 개발이 핵심 과제다. 애플이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먼저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점도 애플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아직 뚜렷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것은 애플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애플이 실제 무인자동차를 개발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무언가 다른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막대한 자금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 분기 180억 달러(19조8000억 원)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냈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1780억 달러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애플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과 르노, PSA푸조시트로엥, 다임러, BMW, 피아트크라이슬러를 모두 합친 액수의 두 배가 넘는 7500억 달러다.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미국의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애플은 연구개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 관련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 공룡들이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을 당장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자동차 시장의 진입 장벽이 워낙 높은 데다 경쟁이 극심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특성이 실리콘밸리에 익숙한 환경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가 기존 산업 구도를 파괴하며 성장해온 점을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들이 자리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공영일 연구원은 “애플 차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은 또 다른 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자동차를 둘러싸고 실리콘밸리와 기존 자동차회사의 불꽃 튀는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IT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무인운전 목장의 결투’가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자동차에 손놓은 삼성…기술 갖췄지만 손사래 LG
글로벌 IT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직접 나서며 뚜렷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국내 IT 기업 중에는 전기차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다. 다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이나 삼성SDI 등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팩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인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시스템스(MSBS)’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SDI는 셀, 모듈에 이어 팩까지 배터리 관련 풀 라인업을 갖췄다. 삼성은 MSBS의 전문인력 260여 명과 생산시설, 기존 수주 물량까지 그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셀, 모듈, 팩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르노, 포드, 다임러 등 다양한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국 난징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올해 완공되면 생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직접 전기차 생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찍이 자동차 사업을 접은 삼성과 달리 자동차 부품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LG전자는 전기차용 핵심 부품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차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분산된 전기차 관련 기술을 모아 직접 전기차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LG그룹은 현재까지 사업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LG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LG는 완성차 사업 진출계획이 없다. 완성차 업체와의 자동차부품 사업 강화에 주력한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가 완성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견제는 물론 부품공급 사업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