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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송인헌]비트겐슈타인의 색, 들뢰즈의 풍경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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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5호 쟝-샤를르 장봉 미술평론가⁄ 2015.04.09 08:59:21

▲송인헌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쟝-샤를르 장봉 미술평론가(프랑스)) 작가 송인헌의 작품 속 주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 다루고자 한다. 그녀의 회화에는 재료뿐만 아니라 특히나 색의 힘이 확고히 드러나 있다. 색이 커다란 형태 속에서 힘 있게 화폭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로 풍경이나 가끔 정물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생동감 넘치고, 강렬하고 풍부한 색들은 색의 존재감과 힘을 담고 있다. 과거 몇몇 작품들은 형태적인 측면에서 더욱 ‘고전적’이다. 구상(具象)적인 요소를 애써 없애지 않고도 추상(抽象)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이 더욱 나의 관심을 끈다.

작가가 사용하는 색감들은 지중해, 실재 혹은 가상의 공간들에 위치한 풍경들의 자연적인 색감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색조에 있어서 굉장히 제한된 색채를 사용하는데 특히 적색, 주황색 혹은 청색 계열이다. 청색은 종종 굉장히 어둡게 나타나며 녹색과 황색도 그러하다.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243x112cm, 2015

거대한 단색이 눈길을 끄는데, 이 단색조의 화면들은 풍부한 색감의 명암과 농도 차이의 다양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작가는 산토리니 혹은 풍경의 빛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지만, 풍경의 특성을 사라지게 한 눈부신 빛의 강렬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순수한 사유로 빠져들게 한다.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91x60.6cm, 2015

또한 송인헌의 작품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색채에 대한 이론들을 상기시킨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서 ‘색깔에 관하여(Remarks on Colours)’가 난해하고, 책과 작품의 단편적인 특징을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이 영국인 철학자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색은 외양의 논리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적인 색은 없다.

화폭을 지배하는 단순한 색의 힘.
그 안의 흔적과 기억과 향수와…

비트겐슈타인은 렘브란트가 어떻게 금색을 사용하지 않고 황금 투구를 그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렘브란트는 금색 물감이 있었지만, 황금 투구를 칠하기 위해 그 물감을 사용하지 않았다.” - ‘색깔에 관하여’ 중.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116.7x80.3cm, 2015

달리 말해 송인헌의 화폭에서 나타나는 청색의 깊이감, 적색의 힘, 인위성에 관계없이 그것들이 사실을 정확히 재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늘의 청색과 땅의 황색을 볼 수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몇몇 근작에서도 추상성이 더욱 두드러지지만 구상이 그 중요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사실 추상적인 부분과 구상적인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조화로운 균형이 느껴진다. 그녀의 작품에는 서양의 형이상학과 같은 대립이 없고 보완성이 존재한다.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162x97cm, 2015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성은 인간이나 동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추상과 구상의 대립이 없는 것처럼 생물(生物)의 부재는 회화에 천착해온 작가의 고독을 보여주면서도 작가와 소통하는 새로운 동료이자 고행을 함께하는 캔버스, 붓, 색들이 그 충만함을 보완한다.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130x130cm, 2015

이것은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를 연상시키는 개념적인 존재와 흡사하다. 게다가 생물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를 풍부하게 하는 힘, 추상적인 형태들은 작가의 고된 작업을 드러낸다. 풍경 그 자체가 인간들의 노고가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것 또한 우리에게 알려준다. 화폭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추억이 있는 풍경, 캔버스에 오일, 162x97cm, 2014

드넓은 단색조의 회화는 작가의 작업뿐만 아니라 땅을 일구고 경작하는 시골 농부들의 노고, 집을 짓는 벽돌공의 수고, 도자기를 빚는 장인들의 노고 등을 담고 있다. 송인헌 작가는 대립하는 것들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듯하다. 대신 보완성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서양의 형이상학, 자연과 문화, 추상과 구상, 자연스러운 것과 인공적인 것, 존재와 부재 등의 대립을 넘어서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다.

“내 추억의 고독한 풍경”
송인헌 작가의 작업노트

나의 작품은 ‘추억이 있는 풍경(Landscape with Memories)’ 작업이다. 나에게 추억이란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이 남기는 흔적, 기억, 향수와 같은 단어를 포괄한다. 이번 작품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인상, 서정적인 느낌, 흔적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기 마련인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치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는 집과 바다, 들판의 풍경이 있고 동시에 대담하게 분할된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은 색면이 전면을 차지하며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이중적 특성이 드러난다.

나는 여행지에서 느낀 그곳의 냄새, 색, 온도 등을 화면에 담으려 했고 평화로운 그 순간의 행복감이 마음 깊은 곳에 찾아들면 그것을 색과 이미지로 구성하려고 했다. 이와 같은 여행, 체험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작업하는 고독한 그 순간은 온전한 나의 세계, 나의 우주며 행복에 잠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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