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지연 등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맥경화(돈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는 현상)’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일부 상장사들이 부동산 등 자산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의 상장사(자회사 포함)들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매각했거나 처분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유형자산 규모가 모두 1조 6346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곳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10곳 등 모두 25곳이 올해 자산 처분 등을 공시했다. 그러면서 5곳 중 4곳은 자산을 처분한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처분 대상 자산은 주로 토지 또는 건물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동국제강이 지난 40년간 보유해온 본사 매각에 나선다. 오는 22일 서울 수하동 본사 사옥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 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부터 철강 경기 악화에 따라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최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원정 도박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 상태가 악화한 상태다.
대성산업의 경우 오는 15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백화점을 제이알제17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로 2650억 원에 처분한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도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체비지를 967억여 원에 처분한 바 있다.
이밖에 자금난 해소를 위해 매물로 나온 상장사 부동산은 그랜드백화점(760억 원)과 삼일(632억 원), 도화엔지니어링(557억 원), 삼원테크(490억 원) 등이 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엔 두 차례에 걸쳐 인천 서구 석남동 필지를 매각하면서 289억 원의 현금을 마련해 숨통을 텄다.
전문가들은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부동산 등 자산을 처분해 자금난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곧바로 재무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 등을 유동화하면 다소 자금 사정이 풀리거나 새로운 투자에 나설 여력을 확보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우엔 이러한 자산 처분만으로 바로 재무개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또한 자산 매각이 주가에 호재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