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2015 OCI 영 크리에이티브 당선자 김정은·주세균
젊은 작가 둘의 ‘기억 형상화’
▲전시 작품과 함께한 김정은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자신이 걷고 기억한 지역을 지도로 작품화하는 김정은 작가와, 가족 간의 식사 대화를 모티브로 정서적 공감대를 표현하는 주세균 작가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두 작가는 OCI미술관이 매년 공모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신진작가들을 선정해 10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지원하는 ‘OCI Young Creatives’를 통해 선발됐다. 서로 다른 오브제를 사용하는 두 작가의 전시회는 5월 14일~6월 9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OCI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김정은(32) 작가는 ‘Self; mapping_ 이동의 기억, 기억의 이동’이라는 제목으로 지도를 활용해 장소에 대한 기억을 입체 형태로 꾸민 10여 점을 선보인다. 자신의 이동 경로나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지도에서 찾아 모으고 변형해 △드로잉과 일기를 담은 책 △종이를 오려낸 구조물 △에폭시 입체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들 작품들은 지도상의 수치를 변형하지 않고 실제 지도를 바탕으로 제작되지만, 작가는 지도를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신체의 경험과 중첩된 기억의 흔적들을 객관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주관적인 지도로 만들어낸다.
김 작가는 “개인적인 지도이지만, 몸이 기억하는 장소들이다. 제 기억이 행선지를 따라 이동함에 따라 새 지도를 만드는 과정의 기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의 행위로 시작된 결과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만들어낸 지도에는 작가의 기억 속에 익숙한 곳이 그려진다. 개인전을 여는 미술관으로 오갔던 골목, 집으로 향하는 길 등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 기억하는 장소를 중첩시켜 새로운 ‘지도 그리기’를 완성한다. 즉 직접 걷고 눈으로 기억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이동한 공간들을 지도에서 추려내고 에폭시와 모눈종이 페이퍼를 이용해 마치 건축 모형처럼 배치한다. 지명과 번지를 표기했지만 무작위로 재조합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시 지형도가 탄생한다.
▲김정은, ‘Floating Place; mapping’, 트레이싱지, 연필 드로잉, 190 X 10.5cm, 2015.
▲김정은, ‘Diary Mapping; on the road’, 보드지, 스텐봉, 연필 드로잉, 250 x 100cm(30점), 가변설치, 2015.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배운 단어들을 도자기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펼치는 주세균(35) 작가는 입체, 설치, 영상 작품 10여 점을 공개한다. 가족의 의미와 정체성, 기억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식사를 하는 동안 부모님이 반복적으로 강조해 다소 강박증적으로 기억에 새겨진 단어들을 회전시킨 외곽 형태로 도자기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용도를 반전시킨 찬장과 테이블, 가족과의 식사 과정을 담은 영상 등의 작품을 통해 언어와 축적된 일상, 가치관의 관계를 탐구한다.
김정은: 기억이 얽히고설킨 지도
주세균: 가족의 정서를 연결하는 도자기
전시장에는 주 작가가 주목한 다양한 오브제들이 공개된다. 작가는 “모든 이가 삶을 영위하면서 보았던 익숙한 물건들을 이곳에 놓았다. 기억의 재구성을 통해 물질로서의 인테리어가 아닌, 정신적으로 재구성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자기 형태의 오브제를 배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상 속의 텍스트인 정직(Honesty), 도전(Challenge), 헌신(Dedication) 등 가족 간의 유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을 회전시켜 나온 형태를 도자기로 조형화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세균, ‘Cupboard #2’, 세라믹, 나무, 거울, 39 x 39 x 147cm, 2015.
▲주세균, ‘다시 보낼 편지 part 1’, 세라믹, 나무, 아연, 9.5 x 160 x 6cm, 2015.
도자기로 형상화된 글자 ‘도전’은 그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식사 시간에 부모로부터 받은 가치관으로, 그의 삶과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준 단어다.
식사와 관련된 ‘텍스트 도자기’들은 찬장의 앞뒤 기능을 바꾸거나, 테이블 중앙을 뚫어 망으로 설치하는 등 본래의 기능을 변형하고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이는 주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모든 작품의 근원이 되는 가족과의 저녁식사 이야기는, 영상 작품 ‘저녁 식사’에서 실제 가족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텍스트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 식사를 하는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된다.
주 작가는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를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함으로써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자고 한다. 또한 공예의 영역에 치중되어온 도자기를 현대 미술의 전략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자기가 갖는 새 의미를 찾아낸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