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 - 자연展 5선]홀로 자연과 만나봤나요?
도시남녀만 남은 한국에서 자연 찾는 전시들
▲이영수, ‘내츄럴 이미지(Natural Image)’. 캔버스에 오일, 53 x 33.4cm.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현재 한국에는 차도남-차도녀(차가운 도시 남자와 여자)만 남은 듯하다. 이런 현상은 TV 드라마와 소설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시 일색’은 지속불가능하다. ‘사람 없는 자연’을 일부러 찾아가는 작가들의 전시가 여럿 열리고 있어, 도시남녀만 남은 한국을 극복하려는 흐름도 읽혀진다.
이슬 한 방울의 매력
장은선 갤러리 ‘내츄럴 이미지’전
장은선 갤러리에서는 싱그러운 꽃에 맺힌 맑은 이슬방울을 감상할 수 있다. 풀잎이나 꽃잎에 구슬처럼 맺혀 있는 이슬을 실제처럼 생생히 묘사하는 이영수 작가의 ‘내츄럴 이미지’전은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여준다.
작가는 이슬방울을 보기 위해 가까이 자연에 다가서면서 자연스럽게 풀잎이나 꽃의 세부와 마주치고, 이를 작품에 담는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정적이,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에 안달하는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이영수, ‘내츄럴 이미지(Natural Image)’. 캔버스에 오일, 193.9 x 97cm.
작가는 자연에서 마주한 이슬방울에서 느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눈을 속일만한 극렬한 사실적 묘사력을 내세운다. 그 이슬방울은 실재보다 크게 확대되면서 추상적인 느낌 또한 전해준다. 자연의 신비와 조형의 신비가 오버랩하면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탄생시킨다.
장은선 갤러리 측은 “작가는 일상적인 시각을 뛰어넘어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및 관찰을 통해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는 조형의 아름다움과 실제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작품에 표현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삶의 아름다움을 빛나는 자연풍경으로 표현
갤러리 세인 ‘유한한 아름다움’전
갤러리 세인은 김기태 작가의 ‘유한한 아름다움’전을 통해 빛나는 자연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쳐가는 자연 풍경들에 존재하는 미묘한 감정선과 삶의 아름다움의 의미를 표현한다. 주로 등장하는 건 한적한 숲속 풍경이다.
숲을 지나는 바람과 공기에 그 존재들만의 기억이, 그리고 이 자연 속을 지나간 사람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이며 또 다른 삶의 풍경으로 자리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숲의 체취를 간직한 ‘작자미상(Unknown Artist)’ 시리즈 신작들은 어느 날 작품 속 호수, 산길, 언덕, 들판에 내가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김기태, ‘작자미상 - 2015년 9월 13일(Unknown Artist - Sep. 13th 15)’. 캔버스에 혼합 매체, 161 x 130cm, 2015.
그의 작품 속에는 사람이 없고, 철저하게 풍경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도로에서도 한참 벗어난 비포장 길에 차를 세우고 인적이 없는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1시간 이상을 걷는다는 작가는, 인간의 터전 밖에서 불꽃처럼 살아가는 자연의 한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작품에 담는다. 직접 촬영한 사진 위에 페인팅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작가는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순간적인 바람이라든지 지나가는 숨소리, 누군가 지나갔을 때의 체취, 사건 이런 것들을 자연 풍경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레코드판에 곡을 담듯 나는 그 느낌을 빛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고요하고 평온한 바다 풍경
슈페리어 갤러리 ‘고요한 잔상들’전
슈페리어 갤러리는 고요하고 평온한 바다를 그린 지석철, 문인환, 안광식, 반미령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고요한 잔상들’전을 연다. 하늘, 바다, 돌, 꽃 등 작품 속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을 보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석철,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Time, Memory and Existence)’. 캔버스에 오일, 77.7 x 97.1cm, 2010.
지석철의 그림에는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초라한 고물차 한 대가 간신히 몸을 버티고 서 있다.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작은 의자의 잔상은 미미한 인간의 존재처럼 애틋한 쓸쓸함을 준다. 작가는 의자라는 메타포를 통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내면적 풍경을 그린다.
문인환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수평선에서 펼쳐진 침묵의 땅인 갯벌에 주목한다. 자연의 대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풀어내는 그는, 자연정화의 능력을 통해 속세에서 찌든 무게감을 씻고자 하는 염원을 담는다.
▲안광식, ‘네이쳐-메모리(Nature-Memory)’. 캔버스에 오일, 80 x 80cm.
안광식은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서 느끼는 마음의 정화와 정적인 고요, 그리움을 그린다. 반미령은 은은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을 화폭에 펼친다. 작품 속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서랍장과 화병, 아름다운 색의 꽃과 파랑새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자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 요소들은 삶의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들 속에서도 잃어서는 안 될 희망과 이상을 상징한다.
슈페리어 갤러리 측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가끔씩 고요한 시간과 마주한다. 그렇게 소중하게 다가온 고요함을 그려낸 작품들은 선물과도 같다”며 “자연 앞에 서서 자연을 바라보며 시간과 존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슈페리어 갤러리 제1전시관에서 6월 3일~7월 21일.
사막을 지나며 느낀 바다
갤러니 나우 ‘섬, 사막’전
갤러리 나우는 송정순 작가의 ‘섬, 사막’전을 연다. 작가는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사막을 횡단하면서 만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양한 앵글 및 프레임을 선택해 단순하면서도 조형적인 이미지를 성취했다. 또한 효과적인 원근감 표현을 통해 보는 이를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송정순, ‘섬, 사막 12’. 디지털 C-프린트, 2014.
작가는 “사막을 지나면서 바다 풍경을 이루는 섬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광활한 풍경 속 외로움, 고독, 슬픔이다. 이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광각렌즈를 사용한 롱샷으로 촬영했다”고 말한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풍경들은 새로운 상상을 유발한다.
일이든 건물이든 모든 게 꽉꽉 들어차 있는 도시에 전시된 텅 빈 사막의 풍경은 외로움과 동시에 사색할 시간을 준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하얀 뭉게구름이 들려주는 자연 이야기
갤러리 담 ‘구름의 말들’전
스모그 가득한 도시의 하늘에선 구름도 모습을 감춘다. 갤러리 담에서 열리는 조지연 작가의 ‘구름의 말들’전에서 어릴 때 봤던 하얀 뭉게구름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이번에 13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붓이 아닌 손가락에 유화물감을 찍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과 구름, 바람이 보여주는 평안한 풍경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운다.
▲조지연, ‘구름의 말들’. 유채, 97 x 130.3cm, 2015.
작가는 “황량한 숲에 갔다가 오래된 나무의 뿌리둥치에 쭈그려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신의 생을 온전히 소진시킨 나뭇잎들의 찰나가 느껴지는 동시에, 계속해서 사라졌다 나타나는 구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모든 생명들 또한 이를 반복한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는 새 씨앗을 뿌리고 새 삶을 시작하는 자연의 모습 중에서도 구름에 주목한다. 드넓은 자연을 보여주면서 인간 또한 자연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