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악화되면, 가뜩이나 저성장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아시아 지역에 급속히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사스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은 경제마저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340여 명이 사망한 중국의 경우 2003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의 10.80%보다 3%포인트 가량 하락한 7.90%를 기록했다. 역시 300여 명이 사망한 홍콩의 경제성장률도 같은 기간 4.1%에서 -0.9%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추정치에 따르면 당시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에 걸쳐 500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 규모였다.
사스뿐 아니라 신종플루, 에볼라 등 치명적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갔던 국가들 대부분도 경제성장률 하락에 신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9년 멕시코 등에서 발생한 신종플루는 해당 국가의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내수 경기를 망쳐 놓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해당 국가 경제를 무너뜨렸다. 특히 기니,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경제는 당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에볼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경제 위기론이 크게 대두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연이어 철수했으며, 각종 인프라 건설 계획 등이 취소되면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과거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했던 독감 사태 역시 해당국 경제를 비롯해 전 세계 경제까지 크게 위협한 바 있다. 스페인 독감(1918~1919년, 약 5000만 명 사망)과 아시아 독감(1957년, 200만 명), 홍콩 독감(1968~1969년, 100만 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아시아 독감 창궐 시 2차 감염이 확산됐을 때 미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1955년 7.2% → 1957년 2.0% → 1958년 -0.9%)됐다”면서 “또한 홍콩 독감 때에도 미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이미 악재로 작용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 여파가 확산되자 2500명에 이르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대만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을 무더기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람들이 전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공공장소를 꺼리게 되면서, 특히 관광과 오락·문화, 음식·숙박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가 퍼진 홍콩에서는 이후 2~3개월가량 소매 판매가 급격하게 위축됐으며, 외국인 방문객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었다”면서 “당분간은 소비 지출과 관광 서비스 등에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