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지원 ③ SK그룹]“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 주는 제도” 제안
최태원 회장의 SPC 제안, 얼마나 효과 낼까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인큐베이팅센터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SK그룹이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경제적 보상에 발 벗고 나섰다. 즉 착한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앞으로 사회적기업이 자립 여건을 조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상 사회적기업이 본래 목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업 유지를 위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동시해결이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 SK그룹은 서울 종로 소재 사회적기업인 허리우드 실버 영화관에서 정부기관, 사회적기업 및 관련 연구기관, 그룹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는 SK그룹을 중심으로 시행되며, 올해는 35개 사회적기업과 협력 관계를 갖는다. 초기 재원은 SK그룹이 지원하고, 향후 민간 기업 및 공공기관 등으로 재원 조달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출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제공되면 사회적기업은 더 이상 재무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희생할 필요 없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제도, 즉 ‘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PC는 사회적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일종의 보상이다. 기업이 매년 결산을 통해 납부할 세금을 정하듯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그 가치의 일정 비율을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유가증권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을 최 회장이 제안한 것이다.
이는 최 회장이 직접 현장에서 지난 5년간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지원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냉철히 분석해 지속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 회장의 책이 출간된 이후 다양한 사회적기업계 인사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끝에 이번 시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회적기업 보상 위한 현실적 제도 시행
최 회장이 5년 전 한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 포럼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 기업의 사회공헌(CSR) 활동을 한 차원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증폭하는 사회 문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사회적기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최 회장은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자금을 조성하고, 행복나눔재단 내에 전담 조직인 ‘사회적기업 사업단’을 조직해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나섰다. 아울러 회사 차원에서 16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추진단은 이번 사회성과인센티브 도입에 따라 사회적기업이 장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정한 지원이 이뤄지고, 또 성과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 최준 상무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수립된 계획이 투자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사회적기업에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는 등 성공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문석 공동추진단장은 “SK그룹이 중심이 돼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전체적인 방향 및 실현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을 이제 평가 대상이라기보다는 모양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SE MBA 과정 중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다만 사회적 기업의 평가에 대해서는 사회적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즉 사회적기업에 대해 지수 혹은 계수화 등으로 평가하기에 앞서, 먼저 사회적기업 CEO의 의견을 그룹의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올 상반기 내에 사회적기업 평가 기준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기업가 교육 통해 성공 생태계 조성
지난 2월 SK그룹과 KAIST 경영대학이 협력해 개설한 ‘사회적기업가 MBA(SE MBA)’ 과정에서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SE MBA 과정은 사실상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교육 사례다.
이 과정은 기본적인 경영지식은 물론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 역량을 축적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학기별 사업계획 진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교과목을 제공하며, 사업계획서의 심사 결과에 대해 피드백 및 학생 개인별 밀착 지도를 통해 2년의 교육 과정 내에 실질적으로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SK사회적기업가센터를 통해 재학생들의 시장조사 및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지원하며 법률, 회계 등 전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운영 중이거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실행 단계에 있는 재학생에게 이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회적기업과 기업가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이윤 창출의 동시 충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해서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또한 사회적기업가 역시 기업가로서의 경영 능력을 최우선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경영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사회적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기업의 경영 효율성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SE MBA 프로그램은 SK그룹과 KAIST 경영대학원의 합작품이다. 일찍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적시한 최 회장은 그룹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에 주목한 바 있다. SK 내부적으로도 사회적기업을 위한 인재육성 방법에 대해 상당히 고민했고, 그 결과로서 탄생한 것이 사회적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MBA 과정처럼 운영하자는 착안이었다. 유능하고 혁신적인 인재를 많이 배출해 이들을 실제 사회적기업가로 키워내자는 장기 구상이다.
이병태 SK사회적기업가센터장은 “KAIST의 사회책임연구센터 등에서 이미 사회적 경제에 대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기업가 육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도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준비된 사회적기업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회적기업 MBA는 혁신성 갖춰야”
이 센터장은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있어야만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핑계로 수익 측면에서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적이 되기 쉽다”면서 “기업 운영을 정부 지원금 등 외부 후원에 주로 의존하거나,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면서 소비자에게 불만족스런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SK사회적기업가센터에 입주해 있는 사회적기업 ‘제로디자인’을 살펴보면, KAIST의 이런 철학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제로디자인은 생활에 밀착한 공학기술을 보급해 소외계층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제로디자인의 김영진 대표는 지난 2012년 두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캄보디아인들은 일상적으로 범죄와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으며, 가내 수공업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가정의 경우엔 사회적으로 전력이 불안한 탓에 야간작업을 하지 못했다.
또한 호롱불을 사용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 등에 자주 시달리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이에 제로디자인은 태양광을 연결해 손쉽게 더 밝은 빛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태양광 전등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 캄보디아와 부룬디에서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태양광 전등을 대여하는 사회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따뜻한 사람들이 따뜻한 사회를 위해 일하는 열정에 더해 기술과 디자인, 참신한 아이디어 등 혁신성을 접목시키는 게 KAIST SE MBA 과정의 특색”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