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 - ‘봉쥬르 유럽’]피카소·샤갈 등 명작 40여점 한자리에
▲봉쥬르 유럽전이 열리고 있는 롯데갤러리 안양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유럽 사회에 있어서 20세기는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큰 시련을 겪던 시기로서, 미술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새로운 사회를 재건하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예술계에도 수많은 미학적 실험이 빠르게 진행됐던 시기였다.
야수파(Fauvism)를 필두로 독일의 표현주의(Expressionism), 프랑스의 입체파(Cubism), 이탈리아의 미래주의(Futurism), 러시아(구 소련)의 절대주의(쉬퓌레마티슴, Suprematism)와 구성주의(Constructivism), 그리고 네덜란드의 신조형주의 운동(Neo Plasticism), 프랑스의 순수주의(Purism)와 절대주의(Absolutism), 다다(Dadaism)와 초현실주의(Surrealism)까지 20세기 미술이 지향한 것은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르네상스 이래 지속된 전통적 미술의 거부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 미술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헨리 무어, ‘파란색 배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엄마와 아이’. 석판화, 54 x 74cm, 1982.
당시 유럽의 예술가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예술과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다양한 조형적 방식으로 담아내려고 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인간성 상실과 재발견이라는 시대적 소명 아래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나타났다.
절망과 혼란의 시대를 예술로 극복한 위대한 화가들의 열정과 희망이 가득 담긴 작품들이 ‘봉쥬르 유럽’전이라는 타이틀로 6월 25일부터 경기도 안양시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는 20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헨리 무어, 세자르 발다치니, 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 막스 노이만, 피에르 알레친스키, 로베르 콩바, 나탈리 미엘 등 11명의 회화, 판화, 도자기 등 40여 점을 보여준다.
▲마르크 샤갈, ‘이즈바의 연인’. 석판화, 1.5 x 105cm, 1980.
프랑스 화단의 △환상과 우화를 통한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화려한 색채로 풀어 놓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환상적인 구성’ △신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버려진 일상용품을 이용해 소비 문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아르망 페르난데스(1928∼2005)의 ‘봄날의 석양’ △1950년대 이후 프랑스 예술계를 풍미한 신사실주의의 거장 세자르 발다치니(1921∼1998) △198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자유 구상’ 운동의 대표 작가이자 즐겁고 유쾌한 망상과 아이러니, 패러디, 강렬하고 순수한 색채가 특징인 로베르 콩바(57)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 꽃 소녀’. 석판화, 51 x 41cm, 1971.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출신 유대인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다양한 현대미술이 시도되던 유럽 미술의 중심에서 그것들에 두루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한 미술 사조에 국한되지 않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발전시켰다. 특히 현대적인 형식을 구사하면서도,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하는 여인과의 아름다운 기억과 같은 인생의 서사를 꿈과 환상적인 구도와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조형적이며 초현실주의 작업을 하는 호안 미로(1893∼1983)의 ‘형상I 별VII’,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초현실주의 꽃 소녀’는 스페인의 열정을 담아냈다.
절망과 혼란의 시대를 극복하며
유럽 현대미술을 꽃피운 대가들 만날 기회
스페인 출신 화가 호안 미로는 야수주의와 입체주의, 초현실주의와 같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하던 미술 양식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양식을 구축했다. 자유분방한 곡선과 형상들, 밝고 원색적인 색채를 사용해 어린아이 같은 화풍을 만들었으며, 태양이나 별 등 연금술이나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상징 기호와 문자들을 자주 사용해 은유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막스 노이만, ‘무제’. 종이에 수채화, 21 x 14.5cm, 1992.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출신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한다. 코브라(CoBrA, 1948년 파리에서 결성된 아방가르드 그룹)의 일원으로 추상과 구상 사이 반추상 회화의 격렬하면서도 자연의 감성과 감정의 폭발성을 나타낸 벨기에 출신의 피에르 알레친스키(88)의 작업도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은 신비스럽고 음울한 인물이 항상 작품에 등장하는 전후 독일 출신의 작가 막스 노이만(66)의 작품이 전시된다.
▲호안 미로, ‘형상I 별VII’. 에칭에 에쿼틴트, 90 x 63cm, 1979.
노이만은 간소한 드로잉과 블랙, 레드, 화이트, 다크 그린, 옐로우로 한정되는 미니멀한 컬러만을 사용하고 일련의 제목들인 ‘무제’로 한정되어 작품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그의 작품 깊숙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 불안함, 두려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봉쥬르 유럽’전은 20세기 전후 유럽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각 나라 대표 작가들의 평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마르크 샤갈에서 로베르 콩바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유럽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유럽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색다르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