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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서양 명화에서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때로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차림의 남성을 만나곤 한다. 저자는 그런 남성의 패션을 테마로 삼아 인물의 내밀한 심리와 당대의 문화를 추적한다. 옷이 곧 신분이었던 시절, 가발을 쓰거나 뾰족 구두를 신거나 화장을 한 남자가 감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탐색한다. 예컨대 상류층 남성 사이에서 다리를 드러내야 고상한 존재로 대우받던 시대에 프랑스 혁명의 불길이 번지면서 긴 바지가 어떻게 보편성을 획득했는지 등 패션과 관련된 시대 이야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위로는 황제, 아래로는 어릿광대까지, 청장년은 물론이고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말끔한 댄디 스타일부터 도마뱀을 연상시키는 러프, 민망한 코드피스(샅 주머니), 해적 패션에 알몸 패션까지 15~20세기 유럽의 전 계층을 망라하는 다양한 남성 패션을 담았다.
명화의 주인공 중엔 실물과는 닮지 않아도 좋으니 무조건 위대한 느낌이 나게 초상화를 그리라고 한 나폴레옹, 각선미를 드러내며 빨간 하이힐을 뽐낸 루이 14세, 황자의 옷을 물려 입은 모차르트, 독특한 콧수염과 턱수염을 유행시킨 찰스 1세, 민망한 패션의 주인공 카를 5세 등 세계사를 주름 잡은 인물도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베르메르, 티치아노, 고야, 반 다이크, 홀바인, 윌리엄 블레이크, 앙리 루소 같은 유명 화가의 그림도 실렸다.
저자는 책의 테마를 남성 패션으로 잡은 이유를 “대다수 회사원은 여전히 수수한 슈트에 넥타이를 마치 제복처럼 고집하는 터라 전혀 다른 시대의 옷차림을 보면서 눈요기를 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책 속 남성 패션은 당시대의 이야기와 더불어 고정관념과 상식을 깨뜨리는 특별한 재미를 준다.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1만 3000원 / 북스코프 펴냄 /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