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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을 만나다 - 철판산수 조환 작가] "자르고 붙이고 빛으로 자연을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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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5.09.28 19:22:32

▲조환, ‘Untitled'. 혼합 재료, 290 × 578cm, 2015.

(CNB저널=왕진오 기자) 화선지에 먹을 묻혀 획을 그어가며 은은한 번짐으로 그려낸 산수화는 보는 이들에게 마치 자연 속의 풍경을 그대로 가져다주는 듯하다.

인위적이지 않고 바람이 흐르듯 지나간 붓의 자국은 화가의 집념어린 필력을 상상하게 된다.

비바람에 부식되는 완전한 물체라는 철판을 1000년을 이어가는 종이처럼 활용해 독특한 산수화를 펼쳐내는 화가 조환(57)이 먹의 깊이감, 모필의 강한 필력을 활용해 공간의 여백을 그려낸 작업을 9월 9일부터 서초구 (재)한원미술관 전관에 펼쳐 놓았다.

조환은 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묵 인물화를 중심으로 현대 한국화의 영역을 넓혀왔다.

'동시대의 삶'을 주제로 현실 속 인간의 모습, 특히 메마르고 척박한 노동자나 소외된 인간에 주목했고 점차로 그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로 시선을 확장해 나갔다. 먹과 모필(毛筆)이란 전통적 요소에 현대인의 삶을 반영해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이루고자 했다.

그런 그가 1992년 붓을 잠시 내려놓고 5년간 조각을 배웠다. 삶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의 확장을 이루고자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 만들어낸 오브제, 사군자나 산의 모습을 형상화해 '철판산수'로 불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환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조 작가는 "재료가 주는 한계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릴 당시, 획에 담긴 음유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먹이 지닌 깊이를 철판의 양감과 무게감으로 대시해 진중하면서도 거침없이 전통의 요소를 재창조를 하게 됐습니다"고 설명한다.

쇠를 작업에 주요 재료로 사용하게 된 이유도 독특하다. 1976년 말 공대를 진학했던 작가는 불현듯 등록금을 들고 서울로 상경한다. 갖은 돈을 다 써버린 조환 작가는 친구와 함께 생활하다 우연히 들른 공장에서 일을 하며 용접 기술을 배우게 된다.

1년여 기간 쇠를 다루며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는 작가는 재료 변화의 고민을 하던 중, 쇠를 다뤘던 그 때를 회상하고, 획을 붓으로 운용하는 대신에 쇠를 잘라서 붓으로 먹을 그리는 필력을 연마하게 됐다고 술회한다.

작가는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것을 변형하고 새롭게 인식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국 청나라 말기 화가이자 서법가, 전각가인 오창석의 화집을 수도 없이 모사했던 것이 제가 지금 새롭게 발견한 수묵의 현대화라고 보았습니다"고 말한다.



▲조환, ‘Untitled'. 스틸, 폴리우레탄, 209 × 213cm, 2015.


조환 작가가 철판 작업을 선보인 지 7년째인 2015년 새롭게 변신한 작업을 갖고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가 (재)한원미술관에 펼쳐 놓은 작품들은 기존의 평면 작업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설치작업이기 때문이다.

철판을 잘라 붙인 대나무를 전시장 바닥에 세워놓고 그 앞에 하얀 천으로 막을 쳤다. 그리고 빔프로젝트의 빛을 태양처럼 이용해 그림자로 비친 자연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조환, ‘Untitled’. 혼합 재료, 290 × 578cm, 2015.


조환 작가는 "훗날 그 보잘 것 없는 물건을 벽에 걸고 빛을 비추면 벽과 물건 사이의 공간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그 그림자와 물건은 중첩되는 또 다른 선들을 만들어 내면서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려줍니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이 보이는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오브제를 관통하는 빛, 그로 인해 은은하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흰 종이에 스며든 필(筆)의 획(劃)처럼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로 탄생한 그의 철판산수는 현대문명의 산물인 철을 매개로 깊은 생각의 흔적을 대변한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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