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 vs ‘컬러풀’전
▲‘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이 열리는 대림미술관 1층 내부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걸그룹 레드벨벳이 데뷔할 때 멤버들마다 대표 색을 내세웠다. 아이린은 분홍, 슬기는 노랑, 웬디는 파랑, 조이는 초록, 예리는 보라. 해당 색으로 머리까지 염색하고 무대에 올랐다. 멤버들의 성격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색을 각자의 대표 색으로 꼽았다는 설명이었다. 현아는 아예 노래 ‘빨개요’를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게 빨간색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 파워레인저 용사들도 각자의 색이 있었다. “내가 빨강 할래” 식으로 다툼까지 일어나기 일쑤였다. 이처럼 색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수단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반영하고 매력을 끌어내며, 영감을 주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색을 주제로 한 두 콘셉트의 미술 전시도 열려 눈길을 끈다.
색과 디자인이 만나는 변화
‘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
전시관에 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은 색을 주제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세계적인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다. 색이 다양한 소재, 그리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접목됐을 때 어떻게 일상을 특별하게 변화시키는지 그 파급 효과에 주목했다.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색상의 첫 번째 섹션 ‘일상의 발견’을 가장 먼저 만난다. 여섯 아티스트의 사진 작품들을 통해 일상의 숨겨진 색을 새롭게 발견하는 공간이다. 앨리슨 앤슬럿은 대표작 ‘팬톤 푸드(Pantone Food)’ 시리즈를 통해 음식 본연의 색을 아름답게 살린다. 평소 먹는 스파게티나 파이 등에 다채로운 색을 입혀 예술 작품으로 구현해 전시장에 걸었다.
▲‘가구로의 완성’ 섹션에 전시된 작품. 색이 디자인과 만났을 때 발휘되는 효과를 보여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앨리스가 색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했다면, 안젤리카 다스는 색이 품을 수 있는 관념의 힘을 다룬다. 흑인, 백인, 황인종까지 다양한 연령, 국적, 인종의 사람들을 촬영해 색이 주는 고정관념과 분류 체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한다.
이어 두 번째 섹션 ‘재료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색이 유리, 천, 금속 같은 재료와 만났을 때 창조하는 새로운 매력에 주목한다. 여러 브랜드 및 조규형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완성된 대형 구조물들을 중심으로 전시된다.
이와 관련해 이정은 실장은 “쿡방(cook+방 합성어: 요리 방송)이 가고 이젠 인테리어에 주목하는 집방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집을 꾸미는 데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여기에는 색을 입히는 과정이 빠지지 않는다”며 “그간 북유럽 인테리어나 가구 등은 많이 소개됐지만 이제 색을 입혀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음을 이번 전시에서 느끼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섹션부터는 색과 디자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디자이너의 영감’ 섹션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색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살펴본다. 모르텐 앤 요나스, 베단 로라 우드, 니카 주판크, 프레드릭 풀슨, 안톤 알바레즈, 힐다 엘스트룸, 렉스 포트의 색 그리고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구로의 완성’ 섹션은 미적 아름다움과 기능적 효용성을 갖춘 디자인 가구들과 색 사이의 조화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이야기’는 ‘2016년 올해의 색’을 비롯해 4가지 주제와 각 주제별 대표 색을 이용해 침실, 주방, 거실을 꾸며 보여준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에 다채로운 조합의 색이 연출됐을 때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젤리카 다스의 작품. 색을 통해 내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주목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손명민 수석 큐레이터는 “최근 디자인이 제품 성공의 핵심 전략 요소로 인식되면서, 색을 활용한 상품의 차별성이 부각됐다. 여러 기관에서 매년 발표하는 색 트렌드는 패션뿐 아니라 가구, 가전제품, 인테리어 등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전시는 색이 공간 그리고 디자인과 만나 다양한 차원으로 매력을 펼치도록 구성했다. 색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지만, 어떤 새로운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창작의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색이 단순 오브제에 그치지 않고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나타내는 새로운 매력에 주목할 만하다. 창의적으로 색을 해석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대림미술관에서 8월 21일까지.
‘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이 색이 다른 매체와 만났을 때 생기는 변화에 주목했다면, ‘컬러풀’전은 색을 주제로 미술관의 소장품 40여 점을 새롭게 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색을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펼쳐낸다.
▲‘컬러풀’전은 무채색, 분홍, 파랑, 초록, 빨강, 노색, 혼합색까지 7가지 주요 색채군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사진 = 경기도미술관
‘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이 다채로운 색의 조합을 한 공간에 구성한 반면 ‘컬러풀’전은 공통된 색을 사용하는 여러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모았다. 전시는 무채색, 분홍, 파랑, 초록, 빨강, 노랑, 혼합색까지 7가지 주요 색채군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이외에도 고낙범의 벽화 신작과 윤정원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어우러진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우선 전시실 내부의 꿈틀교실 공간에서 작품과 전시 내용의 이해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대상층별 맞춤 수업으로 진행된다. 색의 느낌에 대해 알아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의 색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색색 무슨 색’, 다양한 색이 가진 상징적 의미와 감정을 살펴보고 반 친구를 대변하는 색을 생각해보는 ‘내친소 - 내 친구의 컬러를 소개합니다’가 있다. 다양한 색의 페인트를 사용해 투명 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등 색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과정이 마련된다.
▲‘컬러풀’전이 열리는 경기도미술관 내부 전경. 사진 = 경기도미술관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성격에 맞는 색을 찾아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무한 색 도전’도 진행된다. 염색용 크레용으로 에코백을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색의 특징과 의미를 생각해보는 차원에서 구성됐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모든 관람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셀프 체험 프로그램 ‘컬러풀, 마이 룸’이 운영된다. 윤정미 작가의 작품 ‘핑크 프로젝트’와 ‘블루 프로젝트’ 이미지로 구성된 종이에 색을 입혀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방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경기도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미술의 기본 요소 중 색에 주목했다. 우리들의 삶 곳곳에 스며있는 색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감정과 의미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그 의미를 찾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에서 8월 28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