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비엠이 강석호 작가의 개인전을 4월 17일까지 연다.
작가는 매체에서 찾아낸 인체의 부분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작은 사이즈로 프린트해 부분만 남기고 오려낸다. 그리고 그 선택된 부분만을 그린다.
이미 작게 프린트된 이미지는 원본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던 많은 정보를 잃은 상태다. 여기서 다시 대상에 대한 특정한 정보를 보여주는 얼굴 부분을 배제시킨다. 전체적인 조망이 불가능해진 부분의 이미지는 캔버스로 옮겨지면서 대상에 대한 많은 다른 정보를 제시하게 된다. 즉, 결과물은 작가가 그림에서 어떤 형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어떻게 '그림'을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오랜 기간 이렇듯 방정식을 만들 듯 그림을 그려온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보여주기를 함께 시도한다. 전시장에 걸린 40여 점의 유화 작품들 중 4개의 작품은 실제의 사물을 관찰해 그린 것이다.
작가노트를 통해 그는 "그것은 벽에 걸려 있는 채 여름을 보냈다. 난 그것을 보기만 할 뿐 한 번도 안 걸쳐본 것은 단지 거기가 더워서였다… (중략) 아직도 벽에 걸려 있는 사물은 한겨울 즈음해선 더 이상 작업복이 아니었다. 내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 벽에 붙어있는 재킷은 나에게 본다는 것의 '다름'의 가능성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줬다"고 말한다.
4점의 유화 작품은 작업실 벽에 걸려 있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켓과 그것이 걸려 있던 벽을 그린 것이다. 여태까지 만들어낸 형식을 걷어내고 민망해하듯 조심스럽게 대상을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 표현하는 것.
스페이스비엠 측은 "작가는 이런 다른 형식의 바라보기를 받아들이려 할 때 자신에게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세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그려진 자켓과 한 점의 벽 그림은 그려진 시간과 작가의 기분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과 인상을 보여준다. 결국 그림이란 것은 이미지로 감정을 건드리고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기본적 개념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의 이전 작업 방식이 논리적이었다면,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다분히 감정적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에게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