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히어로들은 멋있다. 세상을 구하고, 잘생기고 예쁘게 생겼으며, 초능력까지 지녔다. 그런데 이런 히어로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면? 리나갤러리가 히어로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보여주는 곽철, 박우성 작가의 2인전 '아이 엠 어 히어로(I am a Hero)'를 5월 3일~7월 1일 연다.
어릴 적 누구나 가슴에 자신만의 우상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개인이 지닌 각자의 기질과 인간의 본성이 소중하고 특별하게 인식되면서, 히어로의 영역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하게 됐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소파에 앉은 슈퍼맨'의 대니 핑거로스는 "히어로는 우리가 우리 안에 있다고 믿는 최고 모습의 상징이며 열망하는 기준이기도 하며 존경받는 개인도 된다"고 말한다. 리나갤러리 측은 "이렇듯 우리는 나를 넘어서는 존재를 원하고 무언가 위대한 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자신을 열망한다"고 밝혔다.
박우성은 어릴 적 우상으로 여기던 슈퍼 히어로들을 현실에 빗대어 희화화 해 보여주는 작가다. 일반적으로 히어로는 반드시 잘생기고 잘 차려 입고, 독특하면서 호감 있는, 남의 이목을 끌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어야 하고, 어린아이들이 꿈꾸는 대상이어야 한다.
작가는 이런 인식에 히어로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현실의 모습을 더해 우리의 우상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이웃집에 살고 있을 법한, 배가 나와 망가진 몸매와 우스운 포즈를 가진 친근한 모습들이다. 이들은 늙고 배가 나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웅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가 현실적인 문제들과 벽에 가로막혀 능력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의 단상을 히어로의 모습으로 솔직하고 재치 있게 보여준다.
곽철은 무감각하고 거짓된 감정을 조정하며 진실된 표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히어로들의 초능력으로 해석한다.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된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 히어로(Female Hero)'다. 그녀들이 두른 다양한 상표의 옷가지들과 값비싼 명품, 눈을 가린 선글라스는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표상 이자 작가가 말하는 이 시대 영웅의 모습이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옷가지들은 실제로 우리가 항상 소비하는 물건들의 껍질들로 무의미하다. 소비에 중점을 두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진실됨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은 선글라스로 모두 가린다. 어떻게 보면 슈퍼 히어로들이 자신을 감추기 위해 입는 옷처럼, 이런 모습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진실된 내면을 감추기 위해 화려함으로 숨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다.
리나갤러리 측은 "오늘날 영웅의 존재는 이상화 되고 곳곳에 넘쳐서 영웅이라는 개념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영웅은 선택되는 것이 아닌 인간본성에 내재한 기질로 인식된 생동감있는 개성적인 존재로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비범함 만을 능력으로 인정하는 영웅을 벗어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모습 또한 진정한 히어로임을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