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代作)' 논란 속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4일 조 씨가 피해자 20명으로부터 합계 1억 8035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씨의 매니저 장 모 씨도 268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조씨가 평소 스스로를 화가로 칭하며 방송출연이나 언론지면을 통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말해왔고, 전통 회화 방식의 그림 구입에 있어 누가 그렸는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 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점당 10만 원에 주문한 그림에 경미한 덧칠 작업을 하고 전시회 등을 통해 호당 30만~50만 원의 고가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17명에게 21점의 대작 그림을 팔아 1억 5300여 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의 매니저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 초까지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 원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조 씨가 대작 화가 A 씨에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임의대로 그리게 하거나, 자신의 콜라주(실제 화투장 등을 붙여서 표현) 작품을 회화로 표현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기존 회화를 똑같이 그리도록 주문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씨에게서 그림을 주문받은 대작 화가가 독자적으로 그림을 완성한 만큼 조 씨의 조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판매 확인된 그림은 총 33점이고, 총 12개 갤러리에서 약 11억 4410만 원 상당의 작품 83점이 판매 목적으로 전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작 화가는 주문받은 그림을 완성해 200~300점을 전달해 줬다고 진술했다.
한편, 14일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11개 미술 단체는 조영남 씨의 대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조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에 고소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조 씨는 자신의 창작 사기를 면피할 목적으로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라고 호도해 대한민국 전체 미술인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사기꾼 누명을 씌웠다"고 밝혔다.
이어 "미술인의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한국 미술의 가치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고 한국 화가들은 사기꾼 가짜로 오인당하여 국제시장에 떳떳이 진출하지 못하는 수치스러운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