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6년은 비디오아티스트이자 거장 예술가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책은 백남준의 동지이자 예술적 뮤즈로 40여 년을 함께 했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백남준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시게코는 그간 괴짜 천재나 비디오아트로 가려져 있던 인간 백남준에 대해 그녀만이 알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로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가난했던 유학 시절 젊은 예술가의 풋풋했던 첫사랑과 치기어린 퍼포먼스, 세상을 뒤집어놓은 파격적인 전시의 뒷이야기,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등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또한, 백남준과 시게코가 가지고 있던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포함한 90여 컷의 풍부한 사진 자료는 이야기에 생생함과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백남준의 찬란하고 위태로웠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의 광범위한 예술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열여덟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세계를 떠돌며 유목민으로 살아온 백남준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드라마보다 극적인 삶을 구보타 시게코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백남준과 재회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난 지금, 이보다 솔직담백하고 은밀한 이야기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구보타 시게코 ‧ 남정호 지음 / 1만 8000원 / 아르테 펴냄 / 3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