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에 푹 빠져 유희를 즐기듯 일흔 인생을 지내온 윤광조, 오수환 작가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가나문화재단이 분청사기의 형식적 유사성을 탈피해 독창적인 기법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윤광조(1946~)와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장르의 한 흐름을 차지한 오수환(1946~)의 40년 화업을 기록하고 재조명한다.
현대도예가인 윤광조는 우리나라 분청사기의 1세대 대가로 불리는 작가다. 오수환은 서체적인 추상회화가 대표 작업으로, 서양화의 방법을 통해 동양적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두 작가의 작업을 살피는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 유희삼매(遊戱三昧) 도반 윤광조∙오수환'전은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7월 27일~8월 21일 열린다. 윤광조의 분청사기 40여 점과 오수환의 작품 4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두 작가는 작업을 할 때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유희를 즐기듯 이어가는 습성이 있다. 윤광조는 작업을 함에 있어 중요한 점을 '자유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이라 이야기한다. 그는 "새로운 조형인데 낯설지 않은 것, 우연과 필연, 대비와 조화의 교차, 이런 것들을 통해 자유스러움, 자연스러움을 공감하고자 한다. 이런 화두로 꾸준히 공부해 나아가면 언젠가 자유와 자연을 그대로 드러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작업의 방향을 밝혔다.
오수환은 자신의 작업을 '논리적이 아닌 직관적인 표현'이라 설명했다. 그는 "동양예술은 격을 존중한다. 참다운 것은 기이한 것보다는 평범한 것에, 멀리 있는 것보다 근처에 있으며, 한 개의 돌맹이나 한 가닥의 흐르는 물에 있다고 본다. 나의 그림의 궁극적인 고향은 논리적이 아닌 직관적인 표현, 알 수 없는 쓸모없는 기호적 표현, 의미 없는 기호를 보여주는 데 있다. 자신의 운명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세계와도 같다"고 자신의 화론(畵論)을 밝혔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두 작가가 작업을 자기 표현의 기쁨이자 유희로 즐긴 인물이었음을 회상했다. 그는 "윤광조와 오수환을 1970년 후반에 처음 만났다. 장욱진 화백이 두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기질을 알아보고 격려를 전했다. 스스로 선택한 길에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매달리는 타고난 체질을 눈여겨봤던 것 같다"고 두 작가와의 첫 만남을 설명했다.
두 작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김형국 이사장에게는 불가에서 말하는 삼매(三昧)로 느껴졌다. 세상살이에 대해서는 무념(無念)인 채로 몰입할 수 있는, 그런 고차원의 놀이 차원에서 두 작가는 작업을 이어갔고, 그 결과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것.
김형국 이사장은 "두 작가는 독보의 경지에 올라섰다. 윤광조는 국립현대 그리고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시애틀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오수환은 서예 등 우리 전통을 서양화로 승화시킨 기운생동의 작가로 정평이 났다. 두 작가 모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한 작가로 올라섰다"며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의 40년 화업을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해 윤광조, 오수환의 70년 생이를 기념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업에 대한 기록을 담은 자료집도 출간된다. 또한 전시 연계 강연도 마련됐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7월 27일 오후 5시에 강연을 펼치고, 8월 13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엔 윤광조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