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안에 나체의 여자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격렬하게 싸우는 듯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하나같이 평범하지는 않다. 그런데 뭔가 모를 익숙한 섬뜩함이 있다.
초이앤라거 갤러리가 서울 첫 개관전으로 7월 27일~8월 26일 데일 루이스(Dale Lewis)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영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진 작가 데일 루이스의 작품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다. 해학과 풍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담은 주요 페인팅 약 10여 점을 선보인다.
데일 루이스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관례, 드라마적 구성 요소 등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사점은 역동적인 자세로 뒤엉켜 있는 신체, 선과 악의 상징적 지표들이 강조됐다는 점. 그가 영감을 받은 중세 시대 작품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백인, 남성,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재해석되고,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환경과 결합해 작품 안에 나타난다.
작가는 거장들의 작품 구성을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에 비춰 그것을 은유적,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생각하는 도시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으면서 다각적으로 얼굴을 숨기고 또한 끊임없이 숨길 곳을 생성시키는 곳이다. 이를테면 부유한 계층은 그들의 사업을 확장시키고 꾸준히 재산을 축적하는 반면에, 주변에 늘 존재하는 폭력, 범죄, 마약, 사회의 냉혹함 등을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면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 문제들을 추상적으로 인지하며, 그것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잊은 채 살아간다. 이처럼 순진함과 천진난만함으로 포장된 도시에는 어두운 간극이 존재하고, 빈곤과 가난이 얼룩져 풍자적 요소가 풍부하다.
이야기가 복잡하게 구성된 그의 작품 안에는 비극과 희극 양면이 존재하며 개인적, 사회적인 욕망은 작품 안에서 블랙 코미디의 재료가 된다.
이번 전시 제목이자 그의 작품 중 하나인 '호프 스트리트(Hope Street)'는 피렌체의 궁정화가 브론치노(Bronzino)의 큐피드, 어리석음과 세월(Venus, Cupid, Folly and Time)에서 비롯됐다. 우아하고 고혹한 자태를 뽐내는 원작 안의 비너스는 데일 루이스의 작품에서 욕망이 가득해 보이는 여성으로 대치돼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영국 리버풀 도시의 상징인 리버 버즈(Liver Birds) 바뀌었다.
이처럼 도시를 둘러싼 환경을 원초적으로 연출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던 측면을 들추어내는 데 있어 그의 표현 방식은 매우 대담하고 과감하다.
그러나 폭력적인 내용, 성(性)적인 상징들, 알몸을 한 남녀 등 에로틱하게 보일수 있는 요소들은 작품 안에서 축제 분위기로 바뀌며, 오히려 해학적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의 소재는 모두 작가가 직접 관찰하고 목격한 것들, 늘 갖고 살아왔던 기억의 일부분, 상상한 것,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것들로 이를 다른 기억들과 연결시키고 때로는 작가의 상상을 편집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처럼 작가는 그가 갖고 있는 특징과 놓여있는 환경, 상황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데에 특별한 재주가 있다.
초이앤라거 갤러리 측은 "인간과 세계의 모순성, 도시가 갖고 있는 양면성과 부조리함, 혼란과 무질서, 사회에 관한 냉소를 역설적으로 카니발적인 분위기의 광경을 자아내도록 표현한 데일 루이스의 작품을 통해 씁쓸한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