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후취월(猿猴取月). 원숭이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이 달은 물에 비친 허상이기에 원숭이는 결코 달에 닿을 수 없다.
현대인의 모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유토피아를 향한 갈망, 그리고 그것에 닿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꼭 원후취월(猿猴取月)의 원숭이처럼 물에 빠진다. 하지만 이 노력이 결국 모두 헛된 것이었을까?
인간과 닮은 삶을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토해 현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장정후 작가의 개인전 '원후취월'이 EK아트갤러리에서 8월 12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늑대와 독수리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늑대는 무리생활과 뚜렷한 계급 체계의 유지, 그리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생존을 위해 격정적으로 살아간다. 작가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에 격정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단 한 대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늑대의 모습이 현대인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고 밝힌다.
독수리는 주로 살아있는 먹잇감 보다는 죽거나 병든 먹잇감을 위주로 찾아 생계를 유지한다. 여기서 작가는 자본주의 아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어두운 단상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두움만이 끝은 아니다. 작가는 "독수리는 긴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한다. 먹구름이 가득한 지금의 세상을 벗어나,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세상의 풍파에 육신과 마음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도 솟구치는 의망과 오기는 원후취월의 원숭이 이야기처럼 허황된 욕심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늑대는 거친 세상 속 단 하나의 사랑을 지치고, 독수리는 날개가 아파도 퍼덕거린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멈추지 않는 것. 이처럼 작가는 허황된 욕심으로 이야기되는 달의 이야기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던진다.
그는 "지금의 삶을 넘어 우리가 닿고자 하는 이상향이, 결국 물에 비친 달을 쫓은 원숭이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달에 닿은 원숭이가 될 것인지 함께 생각해볼 일"이라며 "우리들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닿은 달이 물에 비친 허상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