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건축가가 각기 지어 완성한 한국의 대표적 건축물에서 유럽 동시대 작가 3인의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한국 근현대 건축의 살아있는 역사로 일컬어지는 구 공간사옥(이하 ‘공간’)에 개장한 미술관이다. ‘공간’은 김수근 건축가가 1971~1977년 지은 벽돌 건물에 장세양 건축가의 콘크리트 건물(1996~1997년)과 이상림 건축가의 한옥(2002년)이 더해진 단지형 건축물이다. 벽돌 건물에 유리와 콘크리트, 한옥의 나무와 흙이 만나 어긋남 속 조화를 이룬다.
이 ‘공간’을 무대로 유럽 동시대 작가 3인이 ‘텍스트가 조각난 곳’ 전을 펼친다.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 도미니크 곤잘레즈-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는 ‘공간’ 속 세 개의 장소에서 각자의 예술적 영감을 풀어냈다.
영국 작가 리암 길릭의 신작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If all relationships were to reach equilibrium then this building would dissolve)'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이 작품은 뮤지엄 건물과 레스토랑 건물을 연결하는 유리 다리에 설치된 네온으로 만든 텍스트 조각이다. 유리 다리 사이에는 기둥이 2개나 있어 결국 긴 텍스트는 3조각이 난 채 설치됐다. 조각난 텍스트이지만 서로 다른 건축물들이 빗겨나면서 완성된 ’공간‘의 조화를 작품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프랑스출신 대표적인 여성 작가인 도미니크 곤잘레즈-포에스터의 작품은 ‘공간’의 5층(최상층)에 전시됐다. 그는 1999년에서 2008년까지 아시아와 남미를 여행하며 초기작 ‘리요’ ‘센트럴’ ‘플라주’를 제작했다. 각각 교토, 홍콩, 리우에서 찍은 영상으로, 이번 전시에 상영된다. 낯선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자이자 이방인인 관람객들은 친근하면서도 고요한 이 아날로그적 과거 영상을 보며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또한 ‘정신의 여행’을 뜻하는 네온 조각 ‘엑소투어리즘(Exotourisme)'도 함께 전시된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는 현재 리우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출신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뮤지엄 지하 공간에 영상을 비롯해 파란색 체인, 사운드 작업, 평면 작업(‘확산하는 격자’) 등을 설치했다. 영상 ‘대벌레’는 기하학적인 흰색 구조물들과 나뭇가지가 만든 유기적 형태 위에 대벌레가 지나가는 소리 없는 영상이다.
층이 어긋난 건물, 유리 다리 사이로 난 기둥 2개, 낮은 층고 등 ‘공간’이 가진 불일치의 특성을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재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건물의 꼭대기 층과 지하, 그리고 외관 등 세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다시 열린 구 공간사옥, 이제는 아라리오뮤지엄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전시는 2017년 2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