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또 한 장 겹쳐 올리고, 다시 물을 뿌린다. 그 다음 한쪽 부분부터 구겨서 뭉치고, 물기를 짠 다음 손으로 두드리며 주무른다. 구깃구깃 뭉쳐진 한지를 넓게 펴서 말린다. 수차례 손을 거쳐야 하는 줌치 기법이다.
오귀애 작가는 이 줌치 기법을 바탕으로 한지 작품 세계를 펼친다. 표면의 질감에서 작가의 손길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장은선갤러리에서 10월 26일~11월 1일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다양한 추억과 기억의 이미지들을 까다로운 공정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지 줌치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작가는 "모두가 나를 깨우고 다독이는 정겨운 순간들"이라며 작업 과정에 자신의 삶의 경험을 녹여냈음을 밝혔다.
특히 자연과 맞닿은 경험이 많다. 고요하게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자연의 순리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포착해 묘사한다. 청초함과 향기로움을 전달하려 야리야리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붉은 노을 속을 수놓은 새 무리들, 검푸른 밤하늘 위 수줍게 자태를 드러낸 초승달 등이 예술가적 감성을 입고 작품에 빛을 발한다.
이철규 예원예술대학교 교수는 "함축과 절제, 중첩과 상쇄로 풀어낸 한지의 미학을 담아내면서 삶의 공간과 시간을 형상화한 구성으로 생성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한편 오귀애 작가는 예원예술대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올해 장은선 초대전을 포함해 9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2014년 일본 오사카전, 그리스 아테네전, 2013년 캐나다 토론토전 등 국내외의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왔다. 제22회 (사)한국미술대전 특선, 제 5회 남농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미술 전람회전 최우수상 및 특선 수상의 경력이 있으며,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사) 현대 사생회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