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록 그리고 공존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리나갤러리가 김홍식, 유의정 작가 2인전 '기록됨에 대하여'를 11월 7일~12월 23일 연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이 기록하는 건 현대의 삶과 문화를 이어 온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다. 전시는 파트 1, 2로 구분돼 과거를 현대적 어법으로 풀어낸 유의정과 일상의 삶 속 놓쳐버린 과거를 읽어내는 김홍식의 작품을 보여준다.
먼저 자신을 '도시의 산책자'라 칭하는 김홍식의 작품이 파트1에 등장한다. 그는 도시를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걸으면서 자신이 바라본 도시를 실크스크린과 금색 도장의 방식으로 담는다.
'도시 산책자(Flanuer: 플라뇌르)'는 19세기 중반 샤를 보들레르가 지칭하고, 20세기 중엽 발터 벤야민이 현대적 해석의 근간으로 삼은 단어다. 급변하는 도시 공간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 아닌,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돼가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홍식은 이 도시 산책자가 돼 현대 도시가 겪는 변화의 움직임, 그리고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초기엔 함몰돼가는 오래된 지역을 소극적인 관조자의 모습으로 지켜봤다면, 이후엔 특정 공간과 군중의 관계, 즉 일상적 삶의 공간에 시선을 돌렸다. 또한 관조하는 게 아니라, 현대 도시 속 놓쳐 버린 과거의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도예를 전공한 유의정은 파트2에서 현대의 문화와 현상을 기록한 도자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도자기는 의식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주된 언어이자, 정신을 물질화 해 보전시킬 수 있는 주요 매체이다.
유의정이 도자에 남긴 현대의 물신적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유명 브랜드 로고 등을 보면 이 점이 느껴진다. 단순 그릇이 아닌, 끊임없는 해석과 재현으로 현재의 삶을 담은 도자를 기록하고, 이 도자가 추후 미래에 발견돼 과거를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 '동시대 문화형태 연구 시리즈' '유사유물 시리즈' '청자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형태를 입고 현재의 삶을 기록하며, 미래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도자를 소개한다.
리나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기록에 대해 특유한 시점으로 접근하는 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김홍식과 유의정은 각자의 고유 언어로 현대의 삶과 문화를 이미지화 하며, 더 나아가서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된 하나의 표상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