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정경이 지난 7개월간 창작문화공간여인숙 레지던시에 입주해 작업한 결과보고 전시가 11월 19일부터 군산에서 열렸다.
박정경은 이번 레지던시 기간 동안 군산과 군산 인근의 전주까지 해당 지역의 풍취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4월 전주에서 군산으로 작업 공간을 옮겼다. 작가는 전국의 작업실을 유목하다시피 이동하며 매번 새로운 곳에서 발견을 시작하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발견을 타인과 나눈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골목길을 그린 그림이 많다. 회빛이 도는 어두운 밤하늘과 그보다도 어둑한 길목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밤의 힘을 빌어 작가는 하늘과 바다, 땅과 집을 꿰매듯이 이어나간다.
작가는 화려한 불야성의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의 밤 풍경에 집중한다.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은 빛과 또 다른 무언가의 부재를 강조할 뿐이다. 그가 지금껏 지나온 다른 도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 편중으로 인해 몇몇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 군소도시들의 밤 풍경은 대개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발전기를 지나 이제는 아주 조용히 쇠락하는 구도심의 풍경 속에서 작가는 길을 잃는 동시에 자신이 있던 위치를 새 지도로 써내려가고 있는 듯 하다. 그 지도에는 저마다 다른 도시들의 숨죽인 밤이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