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대표 흥행 공연인 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왔다. 2005년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2010년, 2012년, 2013년까지 이젠 대표 흥행 공연의 계열에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연장에 관객들이 가득했다. ‘아이다’는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할 만한 코드를 갖췄다. 일단 기본적인 로맨스 공식이 있다.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아이다는 포로로 잡혔음에도 당당하다. 칼싸움도 잘 하고,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말에 콧방귀를 뀔 정도다. 그리고 라다메스는 느낀다. “나에게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이 라다메스를 늘 오매불망 바라보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가 있다.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러브 스토리. 진부하다고 하면 진부하겠지만, 늘 대중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여기에 거대한 무대 장치와 아름다운 노래, 환상적인 군무가 곁들여진다.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노래 ‘에브리 스토리 이즈 어 러브 스토리(Every story is a love story)’를 비롯해 암네리스 공주의 깜찍한 매력이 돋보이는 ‘마이 스트롱스트 수트(My strongest suit)’,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는 ‘엘라보레이트 리브즈(Elaborate lives)’까지 멜로디가 귀에 속속 꽂힌다. 이 멜로디 속 남자 배우들의 군무는 힘차고, 여자 배우들의 호흡은 매력적이다.
공연 자체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구성이나 무대 또한 탄탄하다는 것도 여러 차례의 공연을 통해 입증됐기에 자연스레 시선은 배우에게 쏠린다. 올해 아이다와 암네리스, 라다메스를 누가 맡았는지. 이번엔 윤공주와 장은아가 아이다, 아이비와 이정화가 암네리스, 김우형과 민우혁이 라다메스다.
앞서 옥주현, 차지연, 소냐 등이 아이다 역을 거쳤고, 정선아는 대표적인 암네리스로 꼽힌다. 올해의 배우들도 눈길을 끈다. 평소 가냘프고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윤공주는 아이다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아이비의 암네리스는 사랑스러우며, 민우혁의 라다메스는 섹시하다.
이 배우들 모두 무대 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다’의 이름값이 반작용을 하는 요상한 효과가 있다. ‘아이다’는 이젠 안정화된, 인기 공연 반열에 들어섰는데 그렇기에 점점 기대치가 상승한다. “올해는 뭔가 다른 걸 보여주겠지” 식으로. 그래서 어지간만하게 인상을 남길 정도가 아니면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올해 공연은 훌륭하다. 그런데 새로운 걸 본 느낌은 아니다.
특히 아이비의 경우 일전의 ‘유린타운’ ‘위키드’ 등에서 푼수 넘치는 역할을 맞아 잘 소화한 바 있는데, 이번에 비슷한 느낌의 암네리스 역할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한다. 그런데 처음엔 독특하게 눈길을 끌었던 이 연기가, 이젠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섹시 여가수였던 아이비는 뮤지컬계에서 친근한 언니와 같은 느낌의 연기를 많이 선보였는데, 이젠 다시 그녀의 색다른 연기가 보고 싶어지는 시점이다.
비슷한 경우로 정선아가 있다. 아이비를 보면 정선아가 떠오르곤 한다. 정선아는 ‘위키드’와 ‘아이다’에서 각각 아이비가 연기한 글린다와 암네리스를 앞서 거쳐 갔는데 꾸준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다음 달엔 국내 초연되는 ‘보디가드’ 무대에 오를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비는 충분히 잘 하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대감을 채워주기 위한 고민도 함께 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아이다’ 공연 자체는 신선함이 부족하다. 신선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농익는 것을 지향하는 대부분 재연 공연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공연에서는 남다른 점이 주목되기도 했다. 현재의 시국에서 관객들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보다, 누비아 공주로서의 아이다에게 주목하고 있다. 누비아의 공주인 아이비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걸 최우선으로 여긴다.
아이다는 편안하게 라다메스의 연인으로서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국민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국민들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마음을 가진 진정한 리더를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 아이다의 부르짖음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에서 2017년 3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