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러버덕, 앤디 워홀, 1600 판다+, 슈퍼문에 이어 이번엔 하우메 플렌자의 ‘가능성(Possibilities)’이다.
롯데월드타워에 하우메 플렌자의 ‘가능성’을 비롯해 체코 아티스트 그룹 라스빗의 ‘다이버’, 전준호 작가의 ‘블루밍’, 김주현 작가의 ‘라이트 포레스트’, 노준 작가의 ‘마시멜로’ 등 작품이 들어섰다. 이 작품들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공공예술 차원에서 설치됐다.
특히 이 가운데 하우메 플렌자가 주목 받았다. 195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1980년 바르셀로나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연 이후 매년 세계 곳곳에서 작품 활동을 벌여온 그가 한국을 찾았다. 플렌자는 미술관에서 소수가 즐기는 전시보다 공공장소에 설치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작업해 왔다.
이런 작업관은 2004년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 공개된 ‘크라운분수’, 2009년 영국 리버풀에 선보인 ‘꿈’ 등에서 드러났다. ‘크라운분수’의 LED 스크린에는 시민 1000명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났고, 폐광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든 ‘꿈’까지, 그는 항상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에 흥미를 보였고 특화됐다.
이번엔 ‘가능성’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롯데물산의 주도 아래 갤러리 스케이프가 기획에 참여해 약 30억 원의 이 작품을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광장에 들여놓았다. 높이 8.5m의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만들어진 사람 모양의 형상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플렌자는 자신이 직접 여기에 들어가 방긋 웃기도 했다. 그리고 이 형상은 하늘, 사랑, 사람, 벗, 꿈, 평화, 풍요 등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를 담은 문자로 구성됐다. 즉 작품 안에 들어간 순간 사람들은 긍정적인 에너지에 휩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플렌자가 의도하는 바다.
“저는 제 작품을 보고, 그리고 작품 안에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시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국가 간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공통적인 감정, 즉 말을 하지 않아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저는 한글을 몰라요.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한글의 형태가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고, 따뜻함도 전해졌어요. 저는 그 느낌에 집중해서 한글 위주로 작업을 했습니다. 한글과 다른 글자를 섞은 것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죠.”
또 ‘시적 휴식’ 외에 강조하는 건 ‘연결 고리’다. 그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예술 작품의 사명”이라고도 강조했다. 즉 지역사회에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회의 사람들과 예술을 연결시켜 주는 연결 고리가 돼야 한다는 것.
“공공장소에 작품이 설치되는 건 큰 의미가 있죠. 제 개인 공간에 설치될 때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접촉이 이뤄지기에 책임감이 더 커져요. 그저 예쁜 장식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죠. 제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류는 하나라는 것이에요. 우리는 때로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사회와 문화의 차이점도 있지만 예술을 통해 하나로 묶일 수 있어요.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메시지를 가장 강조해서 말하고 싶어요.”
이것이 사람, 사랑, 평화 등의 단어를 선택해 작품에 옮긴 이유다. 세계인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 그리고 사람들이 누리고 보전해야 할 환경과 자연을 상징하는 단어, 마지막으로 관계와 목표를 표현하는 낱말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윤석 롯데물산 마케팅팀 팀장은 “롯데월드타워는 2014년 오픈 이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예술을 향유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러버덕, 수퍼문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번엔 하우메 플렌자의 ‘가능성’을 들여놓았다. 롯데월드타워의 설계 콘셉트인 붓, 그리고 작업을 할 때마다 그 나라의 언어와 세계의 언어를 조합하는 작가의 작업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작가 선정 과정을 밝혔다. 이어 “이번 작품은 한글 속 의미 있는 단어로 가치와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사람들이 작품을 마음껏 감상하고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월드타워는 타워를 중심으로 아레나 광장, 월드파크 등에 다양한 작품을 설치했다.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롯데월드 타워 로비로 들어가는 공간의 상부에는 체코 아티스트 그룹 라스빗의 ‘다이버’를 설치했다. 거대한 공간에 뛰어드는 사람의 모습을 유리구슬로 표현한 작품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의 꿈, 중력을 거스르는 자유로움 등 인간의 꿈을 상징한다.
롯데월드타워 출입구 쪽에는 전준호 작가의 ‘블루밍’이 설치됐다. 꽉 찬 봉우리가 터져 꽃이 피어나오는 듯한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풍요로움과 행복, 사랑과 감사를 표현한다. 아레나 광장에는 김주현 작가의 ‘라이트 포레스트’가 자리 잡았다. 시민들이 다니는 보행로에 설치된 이 작품은 인간이 추구하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피보나치 수열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월드파크 일대에는 노준 작가의 ‘라이프 애즈 마시멜로즈’가 설치됐다. 동물 모양의 인형을 일부만 노출시킨 이 작품은 꼭 마시멜로가 흩뿌려진 듯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작품에 기대거나 편하게 앉아서 쉴 수도 있다.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은 “롯데월드타워의 예술작품들은 시민들이 보고 즐기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진다”며 “관람객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와 휴식을 느낄 수 있도록 공공예술작품으로 계속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