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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시국선언 ④ 광화문 블랙마켓] 검열-성폭력에 항의하는 '검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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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3호 윤하나⁄ 2016.12.12 17:47:00

▲12월 4일 광화문 블랙마켓에 참여한 예술인들이 마련한 가판이 다채롭다. (사진 = 윤하나 기자)


올해 유독 빨리 찾아온 한겨울 추위 속에 대한민국도, 문화 예술계도 때아닌 혹한기를 맞았다. 124일은 청와대와 일민미술관 사이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퇴진 캠핑촌이 자리한 지 딱 한 달이 된 날이다. 지난 114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반대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친 문화예술인 7750명이 시국선언을 한 뒤 광화문으로 모여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캠핑촌에 열린 검은 시장에서 권력에 저항하기


토요일의 뜨거웠던 촛불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124일 일요일, 광화문 캠핑촌에 예술가들의 암시장블랙마켓이 열렸다. 블랙마켓은 예술인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국가에 의한 검열과 각종 문화예술계에서 폭로된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기획된 일일 장터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문화체육부에 깊이 뿌리내린 정황이 포착된 와중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까지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예술계에서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이 이어지며 예술계 안팎으로 진통이 잇따랐다. 이에 권력의 감시와 검열, 폭력에 대항하는 규탄의 목소리가 예술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순신 동상을 사이로 50여 동의 텐트들이 모인 캠핑촌에는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회운동네트워크사람들과 해고노동자들이 한 달째 농성 중이다. 블랙마켓에 참여한 40여 명(팀)의 예술인들은 이날 하루 캠핑촌 텐트를 잠시 빌렸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린 블랙마켓에 찾아가 그날의 현장을 담았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텐트 앞에 포스터를 붙이고 가판을 마련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마켓에 동참했다. (사진 = 홍진훤)


'하야해주(酒)'부터 사진집, 그림엽서까지

블랙마켓에 참여한 예술인들은 저마다 직접 그린 엽서부터 배지, 사진집 및 음악 CD 등 다양한 물품들로 가판을 꾸렸다. 한 달째 캠핑촌을 지키고 있는 노순택 작가도 이날 자신의 텐트 앞에서 박근혜 하야 발표박근혜 전격 구속을 호외로 실은 광장신문과 정택용 작가의 사진집, 비정규직 특별잡지 꿀잠등을 판매했다. 백경신 작가는 즉석에서 엽서에 가족 모습을 그려주는가 하면, 캠핑촌에 거주하는 가수 손병휘도 통기타에 노래를 부르며 앨범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하야해주’, ‘감옥가주등 민의가 담긴 화염병주()를 만들어 팔고 수익금의 절반을 세월호 대책위, 소녀상 지킴이, 민노총촛불행사에 기부하는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블랙마켓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서 활동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12일 오후 내내 학생 5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그림을 그리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블랙마켓을 기획한 사진작가 홍진훤은 예술계 블랙리스트 이슈와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터지면서 (이것들이) 나에게는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라고 느껴졌다그때 마침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불참선언을 한 이들도 있었고, 이곳 캠핑촌에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성폭력 문제와 국정농단은 권력과 위계에 의한 문제들로 서로 이어졌다고 기획 당시를 회상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지난 주말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독립출판 행사다.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성추문과 관련해 불참을 선언한 팀 중 일부가 이번 블랙마켓에 참여했다.


이어 "검열과 감시를 위한 블랙리스트와 여성들이 젠더폭력을 규탄하는 검은 시위에서 검은색의 상징성을 따 암시장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작가들의 마켓 참가비와 블랙마켓 굿즈(‘물질과 비물질제작) 판매 수익금은 모두 캠핑촌에 전달됐다. 또한 참여 작가들도 이날의 판매 수익금을 자유롭게 캠핑촌과 세월호 농성장에 기부했다.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박근혜 퇴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날은 이순신 동상 아래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 윤하나 기자)

▲캠핑촌에 머물고 있는 가수 손병휘도 블랙마켓에 참여했다. (사진 = 윤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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