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 이하 CR)은 11월 26일 개관하며 전시 '디스토피아: 사라진 생명'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강석호, 김수영, 오화진, 이수인, 조종성, 홍범 작가 총 6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강석호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클로즈업된 신체 일부를 잔잔한 유채로 그린다. 모호하게 보이는 제스처와 묘사로 인해 어떤 정보도 쉽게 찾아낼 수 없다. 이 안에서 작가는 실천과 상상을 매개로 가치의 서열화를 흐트러뜨리면서 자유를 획득한다.
김수영은 전체를 가늠할 수 없는 익명의 건물 외부를 일부만 평면에 가득 담아 그린다. 그의 그림은 회색 도시의 건조함과 단순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화면을 가득 채운 프레임들의 나열은 마치 기하학적 추상화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실체로부터의 추상’이란 과정을 드러낸다.
오화진은 사적인 경험과 운명적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상상의 존재를 생산해낸다. 작가는 풍선 설치작업을 신작으로 한층 낯설고 비실제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자유자재로 잘린 수십 개의 다양한 섬유가 엮임과 꿰맴을 통해 가장 여성적인 동시에 강렬하고, 단단한 완성도를 드러낸다.
이수인은 최소의 기본조형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확장하며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공간으로 변용되는 유기적 관계를 이미지화한다. 용수철 같은 나선이나 점(dot)의 반복-교차는 최소단위의 증식과 함께 발광하는 색채의 스펙트럼이 선순환 구조의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화려함에 숨겨진 악순환의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되는 이유는, 이 둘의 관계가 ‘같은 통로의 시작과 끝, 즉 양면의 거울과 같은 것(작가 노트에서)’이기 때문이다.
조종성은 한국화의 꼼꼼한 묘사와 완성도, 풍부한 먹의 맛, 촉각성이 느껴지는 바위산과 나무의 질감표현과 이중시점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산수화를 임모한 것 같지만 실은 여러 산수화를 조합한 가상의 산수화이다. 또, 그는 산수화에 내장된 다양한 시점을 강조하는 구도를 구사하기도 한다.
홍범은 이전 평면작업들을 바탕으로 공간을 입체화하는 영상작업을 시도해왔다. 개인적인 환상과 기억 등이 공간과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가 경험한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의 내면적 통합을 이루는 데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