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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쓰레기 소각장에 아트 입힌 훈데르트바서

친환경 '그린 시티' 꿈꾼 예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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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김금영⁄ 2016.12.23 09:35:08

▲훈데르트바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일부. 건축부터 회화까지 자연 친화적인 성향을 보였던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선보인다.(사진=세종문화회관)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위로 솟아오른 둥글고 귀여운 모양에, 알록달록한 건물의 색상과 구조까지. 그냥 보면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로 만들어진 집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다. 그만큼 귀엽고 참신하다.


그런데 이 건물의 실체를 알고 나면 놀란다. 과자집도, 놀이공원도 아닌 쓰레기 소각장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1992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혐오 시설로 인식돼 사람들이 재건축을 반대했던 이 소각장이 지금은 도심의 랜드마크다. 여행 중 이 소각장을 보기 위한 일정을 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


건축가, 조각가, 화가 등 다양한 타이틀로 불린 훈데르트바서(1928~2000)가 이 쓰레기 소각장의 새로운 변신을 이끌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17년 3월 12일까지 열리는 훈데르트바서의 한국 특별 전시회 ‘최고의 아름다움, 그리고 감동’에서 훈데르트바서가 남긴 작업들을 통해 그의 삶을 따라간다. 회화 100여 점, 건축 모형 6점, 수공으로 제작된 태피스트리 5점, 디자인 스케치 등 총 14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친환경적인 ‘그린시티(green city)’를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다리가 되고자 했던 훈데르트바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훈데르트바서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혐오 시설로 인식됐던 소각장을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크게 회화, 그래픽, 건축, 환경보호 포스터, 태피스트리, 응용 발명품, 설치 작품까지 7가지 구성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훈데르트바서의 작업은 다채로웠다. 하지만 이 모든 분야에 임하는 훈데르트바서의 태도는 동일했다.


회화를 예로 들자면 그는 대부분의 물감을 직접 제조했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쓰기 위해서였다. 여행하는 곳들의 재료를 모아서 작업에 쓰기도 했는데, 아프리카 사막에서 담아온 흙이나 프랑스에서 주워온 작은 돌로 색을 만들어서 쓰기도 했다.


그리고 절대로 이젤을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나 포장지 등을 수평으로 눕혀서 작업하는 것을 고집했다. 수평은 자연의 흐름, 즉 이치에 따르는 것이고 수직적인 구조는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림에서도 이 점이 느껴진다. 그의 화면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의 모습이 매번 등장한다. 또한 다 그린 그림을 가지고 나와 정원의 나무, 꽃들 옆에 세워놓고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지 물끄러미 바라봤다고도 한다. 자연과의 진정한 조화를 꿈꾼 그의 특별한 습관이다.


건축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신경 쓴 건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태도였다. 쓰레기 소각장 외부 디자인 요청도 처음엔 거절했었다. 헬무트 질크 시장이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열로 약 6만 여개의 아파트에 난방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는 것과, 이 과정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약속한 뒤에야 작업에 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주워온 돌로 색을 내고
수평으로 그림 그리기 고집


▲전시는 회화, 건축,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다리가 되고자 했던 훈데르트바서의 작품들을 전시한다.(사진=김금영 기자)

투표에서 취소돼 실제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아지프 주유소의 사례도 있다. 1995년 비엔나 엑스포를 위해 훈데르트바서는 새로운 형태의 주유소를 디자인했다. 여기에 임한 이유는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주유소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 녹지를 싹 밀어버리고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기존 주유소의 형태가 아닌, 녹지를 그대로 살린 채 주유소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싹 밀어버리는 게 능사가 아냐. 우리는 그린시티를 구현할 수 있어”라고 디자인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 모형이 전시장에 전시돼 실제로 이 주유소가 세상에 나타났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볼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환경보호 포스터와 발명품을 통해서도 자신의 자연주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지금이야 환경을 보호하자는 녹색운동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그가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엔 발전이 우선시됐다. 이 가운데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선언문을 쓰고 원자력 발전 반대, 해양과 고래 보호, 우림 보호 등 자연보호 운동을 지원하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 포스터들도 전시되는데 굉장히 다채로운 원색이 눈길을 끈다.


▲훈데르트바서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장에 설치됐다.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그림을 그릴 때 수평 구도를 고집하는 등 그는 자연을 사랑했다.(사진=김금영 기자)

가정의 폐수처리를 위해 수생식물을 활용한 생물체 정수시스템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버전을 제작해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 디자인 스케치를 비롯해 각각 실내와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물들의 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이 발명품도 전시장에 함께 설치된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은 마치 동화를 보는 듯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가 유대인이라 반유대 운동의 배타를 당했고 전쟁의 참혹함도 겪었다. 하지만 고난은 그를 절망이 아닌, 조화를 이루는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이끌었다. 파괴하고 위에 서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길이 아니라, 함께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공존에 몰두했다.


“나무는 5분이면 잘라낼 수 있지만, 자라는 데에는 50년이 필요하다. 그것이 과학만능주의적 파괴와 환경적 진화의 차이점이다.”(비엔나에서 1978년 훈데르트바서 발언)


예술을 통해 공존의 삶을 실천하려 한 훈데르트바서의 이야기는 현 시대의 사람들 마음에도 울려 퍼진다.


▲훈데르트바서, '자연의 힘(Green Power)'. 실크스크린. 1972.(사진=세종문화회관)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한 아카데미 프로그램 및 공연도 함께 마련된다. 전문 전시 해설자들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도슨트 프로그램은 월~금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시, 5시에 진행된다. 전시 관람 후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는 키즈 프로그램은 월~금 평일 오전 11시부터 예약을 통해 이뤄진다.


전시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는 젊은 뮤지션 및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음악회가 열린다. 훈데르트바서의 친환경적인 예술과 철학을 담은 명언들을 소재로 한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특별기념 앨범도 발매된다. 이 앨범엔 26명의 뮤지션들이 제작한 11곡의 음악이 수록된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수화 영상으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에는 배우 이상윤, 방송인 장위안, 그룹 레드벨벳의 웬디 등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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