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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대작·위작·검열·성폭력 얼룩진 2016 미술계

침체 속 김환기 승승장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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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김금영⁄ 2016.12.23 09:35:31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6년 미술계는 그 어느때보다 논란을 빚었다. 계속되는 위작 논란과 대작 사건, 그리고 블랙리스트 논란, 성폭력 사태까지 불거지며 영하의 추위보다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미술계를 들썩인 이슈 5가지를 살펴본다.


① 조영남의 대작 파문


▲조영남은 화투를 모티브로 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5월 대작 의혹에 휩싸이며 미술계에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사진=연합뉴스)

대표 아트테이너로 불려온 조영남이 5월 대작 의혹에 휩싸였다. 무명작가 A씨가 조영남의 그림을 2009년부터 1점당 10만 원 안팎의 돈을 받으며 대신 300여 점을 그려 왔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A씨는 “작품의 90%를 내가 그리고, 조영남이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한 뒤 작품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영남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조수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며 미술계 관행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의 반응이 분분했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조수라는 개념은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직접 콘셉트를 이야기하는 과정이 기반 돼야 한다. 그런데 원격으로 그림이 오간 조영남이 미술계 관행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라며 “콘셉트를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조영남의 손을 들었다.


6월 3일 검찰에 출두한 조영남은 대작 화가로부터 건네받은 작품 20여 점을 팔아 약 1억 6000만 원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12월 21일 열린 세 번째 공판에서 조영남에 대해 "피고인의 직업적 특성, 매수인의 의도 등을 고려해봤을 때 피고인의 기만 행위가 분명 있었고 그림 판매 당시 편취 부분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조영남 측은 "작품의 주요 콘셉트인 화투 아이디어를 낸 것은 조영남"이라며 "사기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최종 판결은 2017년 2월 8일 나올 예정이다. 


② 계속되는 이우환-천경자 위작 논란


▲위작 논란의 대상이 된 이우환 작 '점으로부터 No. 780217'(오른쪽). 이우환은 위작 의혹이 제기된 작품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그린 그림이 맞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이우환과 천경자의 위작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양 케이스는 사뭇 비슷한 듯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우환은 위작 의혹이 제기된 작품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그린 그림이 맞다”고 밝혔고, 故 천경자는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미인도’를 보고 “자식을 못 알아보는 부모도 있냐.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라며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우환 위작 논란의 경우 서울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위작이 유통된다는 정보를 토대로 수사가 2015년부터 시작됐다. K옥션 경매에서 약 5억 원에 낙찰된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이 위작 판정을 받으면서 더욱 논란이 커졌다.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위작 판정을 받은 작품 13점을 살펴본 이우환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 말만 자꾸 믿는다. 작가의 말을 믿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13점이 진품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7월 공동 변호인단을 꾸렸다. 하지만 잇달아 또 다른 위조범 일당이 11월 검거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25년의 공방 끝에 검찰이 천경자의 '미인도'가 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가 항의 입장을 내보이면서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천경자의 ‘미인도’는 25년의 공방 끝에 검찰이 진품으로 결론을 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가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미인도’ 소장 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즉각 항의 입장을 내보였다. 앞서 유족 측의 의뢰로 ‘미인도’에 대한 감정이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을 통해 이뤄진 바 있다. 감정단은 ‘미인도’에 대해 위작으로 의심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김정희 씨를 변호하는 배금자 변호사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논리와 전문성을 지적하며 “항고도 하고, 재정신청, 민사소송도 할 것”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장 페니코 사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의견을 따라 진품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한국 검찰의 ‘미인도’ 진품 판정을 비판했다.


관련해 위작 유통을 막기 위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 토론회가 꾸준히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 입법예고 기간인 2017년 1월 23일까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③ 블랙리스트 논란에 항의 움직임


▲외압 논란에 휩싸인 홍성담의 '세월오월'.(사진=연합뉴스)

블랙리스트 논란에서 미술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10월 한국일보의 보도로 떠오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엔 미술인의 이름도 많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 블랙리스트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 등 응징의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2014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그리며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외압으로 비엔날레 전시에 그림이 걸리지 못했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임옥상은 블랙리스트 논란에 항의하는 뜻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백만백성'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연합뉴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를 열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시국선언을 여는 등 예술의 자유를 위한 항의의 움직임을 보였다. 광화문 광장에는 텐트촌이 만들어졌고,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그리고 문화예술단체들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9명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고 12월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들을 고발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④ #미술계_내_성폭력


▲국립현대미술관의 최 모 큐레이터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고발이 이어졌다.(사진=위키피디아)

평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온 웹툰 작가 이자혜가 청소년 성폭행을 방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여러 제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술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독립 예술 공간부터 국립미술관까지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는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에 쏟아졌다.


가해자로는 일민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 함영준, 국립현대미술관의 최 모 큐레이터가 지목됐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은 원치 않은 부당한 신체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민미술관 앞에서는 함 큐레이터에 대한 규탄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일민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해당 큐레이터의 사직서를 받아 처리했다.


⑤ 경매 시장서 김환기의 독주


▲63억 3000만 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노란색 전면 점화 '12-V-70#172'.(사진=서울옥션)

국내 미술계의 공기가 차가운 가운데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서울옥션 제20회 홍콩 세일 결과 김환기의 노란색 전면 점화 ‘12-V-70#172’는 한화 약 45억 원에 경매를 시작해 한화 약 63억 3000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로써 김환기의 작품은 한국 근현대 부문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가 기록은 김환기의 ‘무제 27-VII-72 #228’로, 6월 K옥션 경매에서 54억 원에 낙찰됐다. 뒤를 이어 김환기의 작품이 5위까지 모두 점령하며 경매시장에 이른바 ‘김환기 시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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