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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 김세중 ‘안과 겉'] "치열한 안 없이 아름다운 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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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8호 김금영⁄ 2017.01.12 18:18:59

▲김세중, '공간의 재구성 No.16(빨간빛)'. 알루미늄 망, 아크릴물감, 캔버스천, 120 x 120cm. 2016.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외모지상주의시대. 날씬하고, 아름다우며, 탄력 있고, 매력 있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이 미디어에 부각된다. 또 사람들은 이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 외모를 가꾸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렇듯 실제로는 외모를 더 중요시하는 모양새와는 다르게 말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하물며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많이 읽는 동화 ‘미운 오리새끼’ ‘미녀와 야수’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라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김세중 작가의 전시는 하나만 강조하지 않는다. 가식적인 소리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내면과 외면 중 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이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것.


그의 전시 ‘안과 겉(L’envers et l’endroit)’이 갤러리퍼플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랜 시간 유학한 작가는 알베르 카뮈로부터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전시 제목인 ‘안과 겉’은 알베르 카뮈가 집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작가가 주목한 건 다음 문장이다.


“나는 나의 모든 몸짓으로 세계에 연결돼 있으며, 모든 나의 연민과 나의 감사로서 인간들에게 연결돼 있다. 세계의 이 표면(表面)과 이면(裏面) 사이에서 나는 어느 것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 선택한다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김세중, '공간의 재구성 No.15(흔들림 속에 파란빛1)'. 알루미늄 망, 아크릴물감, 캔버스천, 130 x 130cm. 2015.

가난에 시달리며 절망적인 상황을 몸소 겪었던 카뮈. 그는 자전적 에세이인 ‘안과 겉’을 통해 긍정과 부정, 삶과 죽음 등 양 극단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존재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펼쳤다. 그런데 이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고, 오히려 맞닿은 점을 찾아내고 바라보는 데 주목했다. “삶에 대한 사랑 없이는 삶에 대한 절망도 없다”는 식으로.


이 이야기를 작가는 아름다움의 내면과 외면이라는 주제에 접목시켰다.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았다. 작가는 예술의 지향점을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로 바라본다. 작가노트를 통해서도 “인문 철학적 의미부여를 가미한 작업이라던가, 사회적 이슈를 표현한다던가 등의 인문 사회적 비판을 통해 미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은 내게 식상한 표현으로 다가온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의 작업에서 의미 부여와 표현은, 순수한 미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로 표현되고 고려되는 주제”라며 “그것은 고귀함도 아니고 지적임도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미학적 합리성은 관조자가 작품을 보면 ‘아~ 무엇하다’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감상을 통해 순수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안의 길고 지난한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겉이 아름다워진다


▲김세중, '공간의 재구성 No.15(흔들림 속에 파란빛2)'. 알루미늄 망, 아크릴물감, 캔버스천, 130 x 130cm. 2015.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움은 내면과 외면 모두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따라서 완성된 작품의 형태뿐 아니라, 그 작품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 즉 작품의 내면이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작가의 양심도 자리해 있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캔버스를 짤 때부터 좋은 천으로 한 쪽 한 쪽 정성을 다해 끌어당겨 완벽하게 짠다. 기본 밑칠 작업부터 최종적으로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과정을 꼼꼼하게 거친다.


작업이 익숙해지다 보면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 부분들에 대해 허술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작품을 감상할 때 캔버스가 제대로 고정됐는지 잘 보이지 않는 뒷면을 굳이 확인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작품의 내면을 제대로 세우고자 하는 작가의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여기에 알베르 카뮈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작가는 카뮈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내가 믿는 것은 바로 향기요, 꽃이다. 겉모습을 믿는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꽃이 지닌 겉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 그런데 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 품은 비밀스런 향기의 존재까지 포함한 덕분이라는 것. 여기서 작가는 “겉의 아름다움은 내부의 길고 지난하기까지 한 과정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밀한 작업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겉을 만들어낸다.


▲김세중, '공간의 재구성 No.14(노란빛)'. 우레탄 코팅, 알루미늄 망, 아크릴물감, 캔버스천, 200 x 200 x 30cm. 2014.

완성된 겉은 회화적 요소에 조각적 방법론으로 접근한 입체회화의 형태를 띤다. 물감으로 드로잉한 캔버스 천을 오리고 접어 프레임 안을 빽빽이 채워 넣는다. 이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면, 프레임 가득 새로운 구조가 형성된다. 여러 각도에서 쏟아지는 빛은 캔버스 천마다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이 그림자는 관객의 시선의 흐름에 따라서도 변하면서 고차원의 입체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작가는 “내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작업은 미적인 가치가 안에서부터 축적돼 겉으로 뿜어 나오는 작업”이라며 “이것은 한치의 거짓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가장 순수한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내 작가적 욕망과 양심이 어우러져 길고 긴 작업의 나날을 채워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어질 작업관을 드러냈다. 전시는 갤러리퍼플에서 1월 13일~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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