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 ‘포켓몬고’가 열풍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포켓몬고 열풍이 일기 전 앞서 증강현실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인 작가가 있다.
서울 스페이스선+ 갤러리가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청춘몽(夢) 프로젝트’전으로 주다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명은 ‘프리퀄: 워터앤파워 점프수트의 사나이, 시퀄: 뱅크시 월 아트 체육관’이다.
프리퀄과 시퀄은 흔히 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다. 오리지널 이야기보다 앞선 이야기를 담은 속편이 프리퀄, 전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시퀄이다. 작가는 이 프리퀄과 시퀄을 오리지널 작품 ‘뱅크시 날려버리다’를 중심으로 이뤄냈다.
가장 먼저 선보인 작업이자 프리퀄과 시퀄의 모티브가 된‘뱅크시 날려버리다’는 작가가 미국 LA에서 발견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흔적에서 시작됐다. 뱅크시가 웨스트우드 벽에 ‘크레욜라 슈터(Crayola Shooter)’를 그리고 사라졌다. 군모를 쓴 어린이가 기관총을 든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내 건물주가 그림을 지워버렸고, 작가는 지워진 그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벽 앞에 크레용을 쏟아놓는 퍼포먼스를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크레용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등 보다 다양한 창조 방식으로 이어지게 한 것. 또 이 작업을 한국까지 날려버리는 시도를 했다. 쏟아놓은 크레용의 몸체 부분은 본래 뱅크시가 그렸던 기관총 속 탄피, 그리고 한국 전시장에는 탄두를 의미하는 크레용의 머리 부분을 쏟아놓았다. 이게 바로 ‘뱅크리 날려버리다’이다.
이제 프리퀄이다. 몇 년 후 다시 찾은 그 거리. 역시 그림은 지워져 있었지만, 이전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벽의 과거를 읽기 위해 적외선 카메라를 가져가서 촬영하던 중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뱅크시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봤다는 옆 건물의 변호사. 그는 “그때 내가 차를 세웠더라면!”이라며 이야기를 들려줬고, 이 인터뷰를 고스란히 담아 벽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 작업이 탄생했다. ‘워트앤파워 점프수트의 사나이’도 변호사의 발언에서 따 온 제목이다. 변호사의 말에 따르자면 뱅크시는 점프수트를 입고 새벽에 작업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퀄. 한창 포켓몬고 게임이 해외에서 난리일 때 미국에서 게임을 틀어봤는데, 왠지 익숙한 장소를 발견한다. ‘뱅크시 날려버리다’와 ‘워터앤파워 점프수트의 사나이’ 작업이 이뤄진 그 벽 앞이다. 게임 속에서 벽은 ‘뱅크시 월 아트 체육관’으로 명명돼 있었고, 작가는 이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증강현실 속에서 게임 배틀에 임했다. 결국 뱅크시 월 아트 체육관의 새로운 관장이 되는 데 성공했고, 이 게임의 과정을 전시에 옮겼다.
오리지널에서 시작된 프리퀄, 그리고 시퀄까지. 작가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엿보이는 전시는 2월 13일까지 스페이스선+ 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