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로 느끼는 객관화 된 희생" 이보람 개인전 ‘피-빨강-피2’,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서 개최
▲이보람, '시체들3'.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 182 x 227cm. 2016.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는 자체 레지던시인 STUDIO M17 5기 입주작가 릴레이전으로 작가 이보람의 개인전 ‘피-빨강-피2’를 25일까지 개최한다.
작년 선보였던 개인전 ‘피-빨강-피’의 연작 성격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쟁이나 테러를 다룬 보도 사진 속의 희생자의 이미지가 대중매체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연구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보람의 작품의 화두는 붉은 피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의 현장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술비평가 김성호는 “붉은 피는 작가 이보람에게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읽는 키워드”라고 해석한다.
그는 작가rk 하얀 천으로 덮인 주검들을 그린 이미지(‘시체들’ ‘희생자들’)에 관해 “탈색의 화면 속에서 정초시키는 ‘이중의 거리 두기’”라며, “경악과 슬픔, 연민, 무기력함을 느끼고 손상된 육체에 대한 관음증과 비극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끌며 인과가 애매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붉은색의 그림들은 ‘시체들’ 연작에 그려진 어린 희생자들의 혈액량을 추정해 같은 양의 물감을 만들어 천에 적시는 방법으로 제작했다. 작품의 옆면에는 사건이 일어난 날짜와 장소, 그리고 작품을 제작한 날짜와 장소가 기록돼있다.
김 비평가는 “우리의 눈에 쉬이 보이지 않는 권력자에 의해서, 그리고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희생자를 일상처럼 소비하는 우리는 아무런 개혁과 개선의 의지를 제기하지 못하는 방관자이다. 동시에 거대한 권력의 지형도 속에서 자행되는 재난과 테러의 희생자들을 무관심 속에서 함께 소비하는 공모자이기도 하다”며, “이보람은 자신의 회화 속에,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와 재난으로부터 발생하는 희생자의 이미지를 전면에 대두시키면서 이러한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에 경종을 울린다”고 전한다.
▲이보람, ‘1100’. 리넨 천에 홍화씨유, 테라핀, 기타보조제로 만든 1100ml의 페인트, 112 x 145cm. 2016.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