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3월 광장을 '봄이 온다' 페스티벌로 물들인다.
블랙텐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검열 논란으로 상처 받은 예술인이 1월 7일 직접 세운 임시 공공극장이다. 극단 고래의 '빨간시'를 시작으로 '그와 그녀의 옷장'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씻금' '광장 꽃, 피다!' '노란봉투' '킬링타임', 마임, 춤, 음악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쳐 왔다.
3월 블랙텐트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시민, 예술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측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에 즈음한 미정형의 4일(3월 6~9일) 동안 극장을 시민 여러분과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만드는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6일엔 △오후 6시, 극단 문 몸짓공연 '꽃할머니' △7시, 고명희 '신문지 이야기' △8시, 노래하는 나들 '민중가요, 포크 콘서트' △9시, 이미라 '변화'가 열린다. '꽃할머니'는 위안부, 전쟁과 국가에 의한 성폭력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그리고, '신문지이야기'는 트랜스포머보다 더 화려하게 변신하는 신문지 한 장과 작은 배우 하나를 보여준다. '민중가요, 포크 콘서트'는 노래로 우리의 과거를 읽고, '변화'는 변화 없는 나라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7일엔 △오후 6시, 래빗홀씨어터 '후시기나 포켓또' △7시, 안석희&유인혁 '소곤소곤 콘서트 - 한걸음+봄소식' △8시, 극단 종이로 만든배·인권연극제 '내 나이에게' △9시, 김강동철 '불온한 영상회'가 이어진다. 신기한 주머니를 뜻하는 '후시기나 포켓또'는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 중 주머니에 얽힌 내용들을 구성했다.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노래는 '소곤소곤콘서트'에서 펼쳐지며, '내 아이에게' 또한 차디찬 바다 속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불온한 영상회'는 90년대 록 마니아들의 음악 영상회를 시국음악영상회로 재연한 작품이다.
8일엔 △오후 6시, 박건 '심장이 뛴다' △7시, 극단 달나라동백꽃 '거인' △8시, 어린이책작가모임 '짧은, 그리고 영원한' △9시, 연극집단 공외 '우리 시대의 연인'이 마련됐다. 정치농단을 풍자하는 '심장이 뛴다', 아리엘도르프만의 단편 소설을 각색 재구성한 낭독 공연 '거인'이 포문을 연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약식 전기 중 발췌해 '짧은, 그리고 영원한' 시간에 낭독한다. 옴니버스 낭독극인 '우리 시대의 연인'은 17.5도의 연인, 곱빼기의 연인, 드레스 룸의 연인, 촛불의 연인, 그날의 연인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9일엔 △오후 6시, 극단 각시놀이 '결혼굿' △7시, 여성연희단 노리꽃 '배의밤이' △8시, 하애정 외 '닭잡고 한마당' △9시, 창작집단 3355 '망명바다'가 펼쳐진다. '결혼굿'은 분열된 현실에서 아파하는 죽음들의 영혼결혼식 자리다. 이어지는 '배의밤이'는 위안부를 겪은 소녀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그린다. 진도북놀이, 설장고, 승무 등 풍물연희와 전통춤 공연은 '닭잡고 한마당'에 마련됐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부서지고 쫓겨나고 있는 망명 현장들의 목소리를 듣는 '망명바다'로 막을 내린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측은 "겨울을 지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고를 앞둔 봄의 시작에, 16팀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 '봄이 온다'가 열린다"며 "한 겨울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은 계속됐다. 블랙텐트는 그 열망이 밝히는 촛불의 바다에 떠 있는 배였다. 이제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그 역사적인 민주적 의례를 극장 본연의 예술행위를 통해 함께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티켓 배부는 첫 공연인 6시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5시 반부터 시작된다. 극장 입장은 공연 10분 전 5시 50분부터 티켓 번호 순으로 진행된다. 티켓은 1인 최대 2매까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