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본다. 그런데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비치는 건 그 사물, 또는 풍경의 앞모습이다. 그래서 본 것을 그림으로 그릴 때 그 앞면이 평평하게 2차원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보는 것들은 모두 3차원이다. 이처럼 본 것을 표현하는 작업은 참 신비롭다.
‘보는 것’에 주목하는 작업을 이어 온 이지성 작가가 ‘얇은 풍경’전을 연다. 이 작가는 앞선 작업에서 시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흔한 일상 풍경도 그에게는 특별했다. 대표 작업인 ‘남산타운아파트’의 경우 늘 버스를 타고 다니며 봤던 아파트의 일부분을 전시장에 크게 재현해 낸 작품이다. 사진을 찍고, 레이저 측정기 등을 사용해 크기를 가늠한 뒤 스티로폼을 이어 붙여 비슷한 크기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풍경을 보고 색다른 면에 놀란다. 늘 멀리서 보며 잘 안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바로 눈앞에 확 다가왔을 때의 생경함. 이것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처럼 작가는 ‘보는 것’에서 발견한 색다른 점을 포착해 보여주는 데 몰두해 왔다.
‘얇은 풍경’전에서도 본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낸다. 이지성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나는 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원래 있던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고 있던 대상의 이미지와 현장에서 발견한 모습이 서로 충돌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실제 존재하는 풍경이 있다. 그런데 작가가 눈으로 봐서 머릿속에 형성된 풍경도 있다. 둘 다 모두 존재하는 풍경이다. 그런데 차이는 있다. 실제 존재하는 풍경은 3차원이고, 머릿속에 봤다고 인식되는 풍경은 2차원 이미지로 기억될 때가 많다. 결국 전체를 본 것 같지만 풍경의 한 조각을 기억하게 되는 것.
신작 ‘네트 - 실점과 득점’와 ‘횡단보도’, 그리고 ‘수영장 - 수면’은 이런 풍경을 대표적으로 포착한 것들이다. 세 작품 모두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다. ‘네트 - 실점과 득점’은 평평한 형태로 전시장에 걸려 있고, ‘횡단보도’, ‘수영장 - 수면’은 마치 그림을 세워놓은 듯 평평한 형태를 띤다. 작가가 모두 본 풍경이다. 그런데 이 풍경은 전체이면서 또 일부분이다. 평면처럼 보이는 수영장의 경우 안에 들어가면 수면의 깊이를 느낄 수 있고, 횡단보도도 불룩한 보도블록 위에 자리해 있다. 전시장에는 이 풍경이 작가의 풍경으로 재해석돼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지성 작가는 “외출을 하면 틀림없이 밟게 되는 횡단보도를 자세히 보게 된 이후에 그 일부를 만들었다. 또 아침마다 수영하며 마주하는, 물속에 잠기기 직전의 표면도 내게는 풍경의 한 조각이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작가가 본 풍경을 보고, 또 자신만의 색다른 풍경으로 기억하고 바라보는 시도가 평창동 수애뇨339에서 4월 2일까지 펼쳐진다.
한편 이지성 작가는 CNB저널이 진행 중인 ‘각 미술대학이 추천하는 촉망받는 새 작가’ 시리즈에 서울대 미대 추천 작가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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