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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몸에 휘황찬란 보석 두른 그녀가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갤러리그림손, 정연연 작가 개인전 ‘낫 앳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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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4.17 11:36:37

▲정연연, ‘마리(Mari)’. 종이에 수채, 혼합 매체, 31 x 41cm. 201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화면 속 기품 있어 보이는 여성. 이 여성은 눈을 내리깔고 힐끗 상대방을 훔쳐보는 듯한 모습을 하는가 하면, 정면을 뚫어지게 보거나, 아예 눈을 가리고 있기도 하다. 몸에는 비싸 보이는 귀금속 같은 것들을 두른 채.


10년 넘게 여성의 다양한 욕망과 내면을 표현해 온 정연연 작가가 개인전 ‘낫 앳 올(Not at all)’로 돌아왔다. 작가는 매년 색깔을 중심으로 테마를 꾸려왔다. 화이트를 시작으로 레드 시리즈에서는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중독된 모습을 그렸다. 이후 블랙에 이어 번외편 그린 시리즈를 통해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정연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종이에 수채, 혼합 매체, 150 x 60cm. 2016.

이번 개인전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번 주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사전적 의미로 귀족의 의무를 뜻하는 이 단어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는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따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나라를 발칵 뒤집은 국정 농단 사태를 보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 사회에 실천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사회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예속적 양상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에도 세습되고 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라며 “소위 있는 자들의 경제적, 육체적 횡포가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 나머지 이젠 ‘없이 태어나서, 없이 자라는 내가 잘못’이라며 포기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이 현상이 더욱 악화돼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작가는 “이런 현상은 문명의 발전 이상으로 더욱 가속화 돼, 굳이 고위층이 아니더라도 타인보다 자신이 조금 더 돈이 많다거나 직위, 학력이 높다 싶으면 상하의 계층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종이에 수채, 혼합 매체, 36 x 51cm. 2016.

결국 화면 속 여성들은 허례허식에 길들여져 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들의 모습은 겉으로 봤을 때는 아주 우아하고 고상하며 아름답다. 하지만 이내 드러나는 시커먼 손톱처럼 그 안엔 어그러지고 뒤틀린 욕망이 자리한다.


하지만 그 욕망을 추구한 끝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전시명 ‘낫 앳 올’처럼 그는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별 말씀을’이라며 비판과 위트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결코 그 안에 진정한 행복을 채워줄 가치가 존재할 수 없음 또한 이야기한다.


▲정연연, ‘남겨진(Remanent)’. 종이에 수채, 혼합 매체, 55 x 75cm. 2016.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작가가 꾸준히 해온 이야기다. 작업과 관련해 발간한 ‘오늘 그녀가 웃는다’ 책에서는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 누군가의 찬사가 없어도 소중한 여자 자신의 얼굴에 대해 담았다. 책은 스스로 콤플렉스를 만들어내며 더욱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들을 이야기하며, 주변의 말에 자신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맞추지 않고 주체를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이야기는 가장 근작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연결된다. 허영심에 길들여져 자신의 책임감과 권리를 잊는 사람들, 즉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거기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작가는 끊임없이 작업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전시는 갤러리그림손에서 4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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