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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다시 무대로

박근형·김재엽 연출가·김미도 연극평론가의 검열 이야기 시간도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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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3-534호 김금영⁄ 2017.04.28 10:18:33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공연 장면. 2015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현안에서 비롯된 가장 쟁점적인 작품이자 예술 검열 논란의 도화선이 된 작품이다.(사진=이강물, 남산예술센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골목길이 공동 제작해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가 5월 13일~6월 4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현안에서 비롯된 가장 쟁점적인 작품이자 예술 검열 논란의 도화선이 된 작품이다. 지난해 3월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그 실체를 최초로 드러냈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포스터. 작품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사진=남산예술센터)

이후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광장극장 블랙텐트', '촛불집회' 등 예술계 전반에서 다양한 활동과 노력으로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같은 무대에 다시 오른다. '청춘예찬' '햄릿-더 플레이'로 주목받은 배우 김동원을 비롯해 이원재, 고수희, 강지은, 서동갑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소년 B가 사는 집' '햇빛샤워'의 주역배우 이기현과 최근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활약 중인 배우 손진환이 새롭게 합류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2016년 대한민국 경남에서 한국 사회의 강압적인 병역의무 제도 아래 무장 탈영한 병사, 1945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 특공대 병사에 지원한 조선 청년들의 슬픈 초상,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종교·이데올로기 분쟁 중심 국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민간인 학살, 2010년 대한민국 백령도에서 국가주의에 희생당한 개인을 통해 드러나는 억압된 사회의 진실성까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국가와 거대담론에 내재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초연 당시 국내외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얻으며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개막 당일부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객석점유율 116%를 달성했고, 연극계와 관객들의 추가 공연 요청에 힘입어 1회 특별공연을 추가했다.


▲올해 공연은 박근형(왼쪽) 연출과 도올 김용옥의 강연 및 토크 시간을 마련했다.(사진=수현재컴퍼니, 구본창)

연극계뿐 아니라 문학, 영화 등 예술분야 전반의 전문가들이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크고 작은 영웅이 유장하고 비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쟁서사는 관객이 몰입하기 좋은 주제지만 낭만화를 피할 수가 없는데, 작가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네 가지 사건을 교차 편집하는 것으로 이화 효과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 근대국가는 희생의 시스템을 통해 작동한다"고 평했다.


국내에서의 성과에 힘을 얻은 작품은 '페스티벌/도쿄 2016'에 공식 초청돼 지난해 10월 27~30일 도쿄 시내 아울스팟 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작품을 초청한 페스티벌/도쿄 예술 감독 이치무라 사치오는 세계 곳곳의 군인들의 죽음을 말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서 "죽는 자는 말이 없다. 오직 산 자만이 말을 할 뿐이다. 하지만 죽은 자가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극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본 연극평론가 니시도 고진은 "더 이상 국가가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명제를 표명하는 작품으로, 이는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결국 국가가 얼마나 개인과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연말에는 각종 수상 소식으로 공연계를 달궜다. 월간 한국연극 '2016 공연 베스트 7' 선정,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선정,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시청각디자인상(무대디자이너 박상봉) 등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5월 13일~6월 4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며 다시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할 예정이다.(사진=이강물, 남산예술센터)

재공연 소식으로 다시 화제가 된 올해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재공연 첫날인 5월 13일 공연이 끝난 후 박근형 연출가와 김재엽 연출가(검열백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김미도 연극평론가(검열백서준비위원회)가 '검열에 대해 말한다 -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문화예술계와 이 작품을 둘러싼 예술 검열 논란에 대해 검열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뜨거운 대담을 나눈다.


5월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JTBC '차이나는 도올' 강연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근현대사 강의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 도올 김용옥 선생(한신대학교 석좌교수, 철학자)이 '도올 김용옥이 본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타이틀로 작품에 관한 짧은 강연과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남산예술센터 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5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두 건의 지역문예회관 투어협력공연으로 초청돼 인천문화예술회관 '스테이지149 연극선집1(6월 16~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성남문화재단 '시리즈 - 연극만원滿員(6월 22~24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한편 작가이자 연출가인 박근형은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는 '선착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만주전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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