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필묵을 서양미술에 적용해 문자추상, 군상 등 현대미술 세계를 구축한 고암 이응노(1904~1957) 화백의 대형 회고전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먼저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 미술관(관장 에릭 르페브르)은 20세기 서구와 극동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이응노를 기념하고자 6월 9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군중을 그리는 사람 : 이응노’ 회고전을 연다. 세르누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응노의 작품은 100여점으로 이는 유럽 내 최다이다.
전시는 총 9개 섹션으로, 1950년대부터 1989년까지의 이응노 작품 활동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통 화가에서부터 현대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파리동양미술학교 ▲서예가, 이응노 ▲대나무 화가 ▲문자추상 ▲기호에서 형태까지 ▲풍경과 전통의 쇄신 ▲조각과 장식예술 ▲군중까지 마련됐다. 또한 오는 9월부터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현대미술센터인 퐁피두 센터에서 이응노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의 미술관들이 이응노의 특별전을 여는 이유에 대해 이응노미술관 측은 “일찍이 세계무대로 눈을 돌려 유럽화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응노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57년 뉴욕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것을 계기로 1958년 세계미술평론가 협회 프랑스 지부장인 자크 라센느의 초청을 받아 도불한 그는 1962년 앵포르맬 미술과 서정추상미술을 이끌어가던 폴 파케티 화랑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이후 스위스의 뉘마가 갤러리 소속작가, 라 쇼드퐁 시립미술관 개인전 개최 등 유럽화단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또한 “또한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정부와 민간, 그리고 미술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며 “특히 고암 이응노 전문 연구기관인 이응노미술관의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프랑스의 세르누시 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지난 2013년부터 MOU를 맺었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이지호 대표이사는 “그동안 이응노미술관의 관장으로 이응노를 세계미술사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빨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서 기쁘다”며 “세계미술사에서 이응노의 위상이 점차 강화되는 만큼 학술 연구와 전시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해 위대한 고암을 예술세계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매진하고, ‘4기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아트랩 대전’ 등 젊은 작가를 육성해 제2의 이응노를 발굴하는데 힘 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