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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독일에 간 언니들은 왜 목소리를 높였을까?

김재엽 연출,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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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3호 김금영⁄ 2017.09.14 08:25:39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포스터.(사진=예술의전당)

김재엽 연출이 신작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11월 7일~12월 3일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올린다.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동아연극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차세대 연출로 급부상한 연출가 김재엽의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 - 베를린 코멘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극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다. 노동력 유입이 절실했던 독일은 한국을 포함한 비유럽권에 대거 간호 여성 인력을 요청한다. 당시 한국에 있던 간호 여성들은 서구 선진 국가에 대한 동경과, 여성으로 겪던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등 개개인의 다양한 이유로 독일로 향한다. 하지만 독일어 한 마디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마주한 낯선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 와중 강제송환의 상황까지 펼쳐지고, 간호 여성들은 부당한 상황에서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극에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먼저 독일 간병시스템 업무에 적응하던 와중 간호사들의 아침식사까지 준비하며 울컥함에 그릇을 몽땅 깨버린 ‘정희’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고된 간호사 업무 중에도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은정’의 이야기, 1973년 국제 기름파동으로 독일에서 이주여성들의 체류허가를 중단하자 노동력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간호복의 한쪽 팔 부분을 자른 ‘순이’, ‘정숙’, 그리고 ‘정자’까지.


이들은 세상을 바꾼 영웅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주체를 점차 본인으로 변화시킨 주인공들이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가 김재엽 연출의 재치 있고 유쾌한 연출과 더불어 예수정, 전국향, 홍성경, 이영숙 등 대학로 ‘걸크러쉬’ 배우들의 연기로 펼쳐진다.


극은 1970년대,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지던 ‘파독간호사’를 둘러싼 편견과 잘못된 이미지들을 버리고, 그들 개개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닌, 개인의 자유와 꿈을 위해 독일행을 선택했던 간호여성들의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적인 김재엽 연출의 화법으로 40년 전 우리의 현대사부터 지금 우리의 시대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배우 예수정, 전국향, 홍성경, 이영숙은 40년 전 본인의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대하고, 행동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한 당당한 재독 이주여성의 역할을 맡아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줄 예정이다. 배우 이소영과 김원정은 재독 이주여성의 젊은 시절 모습과 그들의 가치관을 잇는 다음 세대 여성의 역할을 맡는다. 독일 배우 윤안나, 필립 빈디쉬만은 이주여성이 독일에서 적응하는 다양한 장면에서 독일어와 유창한 한국어로 리얼리티와 극의 재미를 살린다. 재엽 역은 ‘알리바이 연대기’ ‘생각은 자유’ 등에 출연한 정원조 배우가 맡아 극의 이야기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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