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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기획] 로얄살루트, 콘래드 쇼크로스와 ‘우주’를 만들어냈다

키아프 서울서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콘래드 쇼크로스’ 국내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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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4.09.09 17:30:06

로얄살루트가 영국의 현대미술작가 콘래드 쇼크로스와 협업한 ‘로열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를 9월 4일 열린 ‘키아프 서울 2024’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47)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그의 작품을 쭉 훑어봤다. 솔직히, 이해가 쉽지 않다. 대부분 “추상적인 이론과 현상을 물리적인 조각품과 설치물로 표현한 것”이라니, 당연하다 싶다.

영국의 현대미술작가. 어린 시절 문화·역사·과학을 탐닉했고, 이것이 그의 예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옥스퍼드대 러스킨 예술대학과 슬레이드 미술대학을 나와, 2007년 첫 번째 공공작품인 ‘Space Trumpet(스페이스 트럼펫)’으로 데뷔했다.

런던 왕립예술아카데미 최연소 회원이라는 사실은 그의 꼬리뼈처럼 따라붙는 이력이다. 전체 회원이라곤 고작 80명. 어지간한 실력으론 명함도 못 내밀어 한참 연륜을 쌓은 후인 마흔쯤에나 들어가는 이 아카데미를 그는 서른 중반에 들어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상주 예술가로 활동했다. 대표작은 2013년의 첫 번째 공공 설치 작품인 ‘Timepiece(시계)’, 2017년의 ‘The Interpretation of Movement(움직임의 해석)’, 2021년 런던 엘리자베스라인역 무어게이트 입구에 설치한 ‘Manifold(매니폴드)’ 등이 있다. 특히,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Paradigm(패러다임)’ 시리즈는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는 건 무언지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이후 지금까지 과학·철학·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공공 설치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그런 콘래드 쇼크로스가 ‘로얄살루트’와 만났다. 의외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만든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술은 술이고 예술가는 예술가다. 대체 이 둘을 묶은 ‘접점’은 무얼까.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그가 이번 협업을 본격 준비하기 전 영감받은 핵심 요소는 ‘시간’이다. 그의 철학과 로얄살루트의 숙명이 맞닿은 것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스트라스아일라(Strathisla) 증류소를 직접 방문했다. 시간을 탐색하기 위해서다. 높은 연산(年産)의 위스키가 품은 숙성, 품질, 풍미를 결정짓는 시간에 주목하고 또 주목한 끝에, 다양한 아트 피스로 구성한 ‘타임 챔버(Time Chamber)’를 만들어냈다.

로얄살루트가 9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린 ‘키아프 서울 2024’에 마련한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사진=김응구 기자

‘키아프 서울 2024’서 최초 공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로열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를 9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2024’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이 한정판 에디션은 전 세계에 21점만 선보이며, 국내에는 이 중 단 한 점만 들여왔다. 이번 전시회에선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진행됐다. 가격은 1억5000만 원대.

페르노리카코리아 오연정 앰배서더는 “판매를 위한 위스키라기보다 그 가치를 (관객들과) 좀 더 많이 나누고, 특히 예술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을 다르게 보여주려는 의도”라며, “이런 식으로 작가의 혁신성과 창의성을 함께 녹여 로얄살루트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단단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먼저, 수공예로 제작한 둥글고 얇은 유리 디스크는 끝없는 항성계(恒星系)를 의미한다. 이를 관통하는 스핀과 화살 모양의 크리스털 디캔터(decanter)는 방향성을 뜻하는 시간의 벡터(vector)라는 의미다.

이 제품의 연산은 53년. 로얄살루트의 제품군 중 가장 높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이 열린 1953년을 기리는 의미여서 53년이다. 로얄살루트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Sandy Hislop)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53년 이상 숙성한 원액들을 직접 선별한 후 정교하게 블렌딩했다.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 전시에서 바텐더가 ‘로얄살루트 21년 마이애미 폴로 에디션’을 위스키 글라스에 따르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로얄살루트의 ‘아트 오브 원더’ 시리즈

로얄살루트는 지난해 ‘아트 오브 원더(Art of Wonder)’ 시리즈를 시작했다. 끝없는 창의와 혁신의 영역인 예술에 대한 경의와 찬사를 제품을 통해 알리고자 진행하는 아트 프로젝트다. 저명한 혹은 칭송받는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며 로얄살루트가 지닌 독보적인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첫 번째 에디션은 지난해 5월 ‘아트부산 2023’에서 선보인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Forces of Nature)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다. 영국의 유명 조각가 케이트 맥과이어(Kate MccGwire)와 함께한 이 제품 역시 전 세계 21점, 국내에 단 한 점만 들여왔다. 가격은 당시 1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고, 전시 기간 중 현장 관람객에게 판매됐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에디션인 ‘로얄살루트 타임 챔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까지 이어졌다. 오연정 앰배서더에 따르면 세 번째 시리즈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엔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한 제품이라고만 알렸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총괄 미겔 파스칼 전무는 “로얄살루트는 ‘아트 오브 원더’ 프로젝트를 통해 고(高)숙성 위스키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시간과 장인들의 노력을 아티스트의 시각과 손을 빌려 재해석하고, 특히 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아트 브랜드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이트 맥과이어와의 첫 번째 협업에 이어 콘래드 쇼크로스와 협업한 ‘타임 챔버’ 역시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뿐만 아니라 파인 아트를 즐기는 럭셔리 소비자,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터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선 새롭게 디자인한 ‘로얄살루트 62 건(GUN) 살루트’도 처음 공개했다. 10월 정식 출시된다. 사진=김응구 기자

새롭게 디자인한 ‘62건 살루트’도 처음 공개

이번 전시에선 로얄살루트 제품군을 모두 선보였다. 그리고 네 가지 섹션으로 구분했다.

먼저 ‘코어(core) 라인업’에선 21년 정규 제품들을 소개했다. 브랜드가 처음 생긴 이래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그니처 블렌드’부터 희소한 몰트와 그레인으로 각각 블렌딩해 완성한 ‘몰트’와 ‘블렌디드 그레인’이 보기 좋게 놓였다.

‘로얄살루트 하이엔드(high end) 라인업’은 30년이나 38년 등 다른 브랜드에서 보기 힘든 고연산 정규 제품으로 채웠다.

‘로얄살루트 폴로(POLO) 컬렉션’은 영국 왕실 공식 스포츠인 폴로로 유명한 국가들에서 영감받은 제품들로 꾸몄다. 스노우 폴로가 처음 생긴 스위스 생모리츠의 위도(緯度)인 46.5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알코올도수 46.5도로 제조한 스노우 폴로부터 아르헨티나 에스텐시아, 인도 조드푸르에, 그리고 지난 7월 출시한 미국 마이애미까지 네 가지 에디션을 전시해놓았다.

‘로얄살루트 패션(fashion) 컬렉션’은 영국 유명 패션디자이너 리차드 퀸(Richard Quinn)과 협업한 제품 네 가지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중 장미 꽃잎과 하얀색 물방울 도트(dot)를 검은색 보틀에 수놓은 ‘오렌지 로즈’와 진한 녹색 보틀에 데이지 플라워 패턴이 아름답게 물든 ‘데이지’ 두 버전은 지난해 10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론칭했다.

로얄살루트는 이날 ‘62 건(GUN) 살루트’도 처음 공개했다. 이 위스키를 알기 위해선 로얄살루트의 ‘태생’부터 알아야 한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선 모두 21발의 축포가 발사됐고, 이에 영감받아 로얄살루트가 만들어졌다. 그런 이유로 다른 위스키에선 최고 연산인 21년이 로얄살루트는 기본 연산이다. 30년, 38년, 62년의 로얄살루트는 있지만, 21년 아래 연산은 없다. 축포 중 가장 많은 발수가 62발이다. 대개 최고 경의(敬意)의 순간에 발포된다. 여기서 영감받아 ‘62 건 살루트’라고 이름 지었다. 역대 마스터 블렌더들이 선택한 최고의 캐스크(cask)에서 숙성된 원액들로 만들며, 로얄살루트 정규 라인 중에선 최고 하이엔드 위스키다.

‘62건 살루트’의 바틀은 최근 새롭게 디자인됐다. 국내에는 10월에 정식으로 선보이는데, 그에 앞서 이번 전시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운 좋게 ‘로얄살루트 몰트’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언뜻 바닐라 향이 도는 것도 같고, 피트(peat) 향을 흘리는 듯도 싶다. 건네준 바텐더가 한마디 도왔다. “저도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그냥 즐기면 돼요.” 그 말이 기분 좋았다. 그 말이 맞는 듯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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