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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제3회 ‘아트 바젤 파리’ 참가

박서보·하종현·김윤신 등 근현대 미술가들 수작 대거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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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4.10.07 10:42:35

박서보(1931–2023), ‘Écriture No. 220701’. 세라믹에 아크릴릭, 98x76.2cm. 2022. © PARKSEOBO FOUNDATION,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파리’에 참가한다고 7일 밝혔다. 프랑스 문화부 및 파리 시와의 협의 후 기존의 ‘파리+ 아트 바젤’에서 공식 명칭을 바꾼 아트 바젤 파리는 3년간의 리노베이션 끝에 재개관하는 그랑 팔레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전 세계 42개국 195개의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메인 섹터 ‘갤러리즈’를 필두로 신흥 갤러리들과 신예 작가들을 위한 ‘이머전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 양식을 조명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프레미스’까지 총 3가지 섹터로 이뤄진다. 이 밖에 올해 아트 바젤 파리의 공공 프로그램 부문 공식 후원사인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와의 협업으로 도시 전체에 걸쳐 무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첫 해부터 한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페어에 참가했던 국제갤러리는 갤러리즈 섹터에서 국내외 근현대 미술가들의 수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가장 먼저 ‘묘법’ 연작을 세라믹으로 재해석한 박서보의 작품(Écriture(描法) No. 220701, 2022)이 눈길을 끈다. 전문 도예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해당 연작은 색상을 비롯해 세라믹의 주재료인 ‘흙’을 통해 작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이어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접합(Conjunction) 23-71’(2023)을 소개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올해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등에서 열린 순회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을 통해 주요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사에 존재감을 각인한 하종현의 작품은 현재 미국 덴버미술관의 기획전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화면에 구멍을 뚫고 염료를 흘리는 등 동양적 재료인 한지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색화 작가 권영우의 ‘무제(Untitled)’(c. 1980s)와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 속껍질을 묽게 반죽해 화폭 위에 놓는 방식으로 제작해 닥 자체의 미감이 돋보이는 정창섭의 ‘묵고(Meditation) 9620’(1996)도 선보인다.

하종현(b. 1935), ‘접합(Conjunction) 23-71’. 삼베에 오일, 117x91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안천호,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독자적인 행보와 대담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추상표현회화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최욱경의 미국 유학 시절 작품 ‘무제(Untitled)’(1965)도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이승조의 ‘핵 88-50’(1988)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현재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의 기획전 ‘현대카드 퍼스트 룩’에서 차가운 색감 및 화면구성의 대비가 돋보이는 파이프 형상의 ‘핵’ 연작을 전시 중이다.

현재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에 8점의 조각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2012-21’(2012) 및 회화도 출품된다. 특히 작가를 매료시킨 아르헨티나 고유의 칼덴 나무 조각은 나무의 생명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것의 속살과 거친 표면을 한 작품에 담아낸다.

사진작가 구본창이 2016년부터 시작한 ‘황금’ 시리즈의 일부(Gold (KR 046), 2023)도 자리한다. 금색지를 배경으로 정교하게 조절한 빛이 천마총 관식이라는 고대 유물에 담긴 영원성에 대한 소망을 포착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성황리에 개인전을 개최 중인 함경아의 자수회화 작품 ‘유령 그리고 지도 / 시 06WBXS01V2’(2018–2024)도 있다. 화려한 색채, 노동집약적 표면, 미학적 완성도로 표현되는 예술적 아우라의 익명의 북한 자수 작업자들로 대변되는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과 통제 불가한 변수가 응축돼 있다.

또한 양혜규의 황홀망 신작 ‘봄 풍등 거미 갑옷 야상곡 – 황홀망(恍惚網) #251’(2024) 또한 부스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종이 무구 혹은 그것을 만드는 무속 전통을 지칭하는 설위설경(設位設經)에서 영감 받은 본 연작은 공예적 전통에 기인한 문양과 장식이 반투명한 한지와 겹과 층을 이루며 생성하는 시각적 효과에 주목한다. 현재 미국 시카고 아트클럽에서는 작가의 평면작업들을 집중 조명하는 ‘양혜규: 평평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9일부터 헤이워드 갤러리에서는 영국에서의 첫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이 열린다.

김윤신(b. 1935), ‘합이할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2012-21’. 칼덴 나무 조각, 29x41 x35cm. 2012.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안천호,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이번 아트 바젤 파리에서는 현재 각국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거나 예정하고 있는 해외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먼저 20세기 후반 전 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호평 받은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중 하나이자 시대적 아이콘이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업(Lisa Lyon, 1981)을 소개한다. 세심하게 고려된 구성과 정밀한 계조 등으로 작가의 독자적인 사진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근 2025 빌헬름 렘브루크 조각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영국 현대미술가 아니쉬 카푸어의 과슈 작품(Witness, 2022)은 특유의 시각적 혼돈을 야기하며 폭발적인 날것의 에너지를 내뿜는다. 또한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이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각 작품(On Target, Fig. 8, 2022)도 있다. 조각을 비롯해 퍼포먼스, 디자인, 건축, 연극 등 다양한 매체에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듀오의 작업세계는 현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의 기획전, 그리고 오는 15일부터는 오르세미술관에서의 개인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다음달 3일까지 서울점 K1, K3, 그리고 한옥 공간에서 함경아의 개인전을 연다. 화려한 색채, 노동집약적 표면, 미학적 완성도로 표현되는 예술적 아우라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과 통제불가한 과정의 변수가 응축된 자수 프로젝트로 알려진 작가는 오랜만에 그간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 ‘유령 그리고 지도’에서는 동명의 새로운 연작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같은 시기, 서울점의 K2에서는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뤄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하는 마이클 주의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을 진행 중이다. 아크릴 패널, 다이크로익 유리 신작 시리즈, 오랜 기간 진행해온 실버 에폭시 회화 연작 등 그간의 예술적 시도에 개인적인 서사들이 더해져 작가의 삶과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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