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5.05.26 12:22:42
지난 주말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수많은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특히 중도층 표심을 잘 읽어내며,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는 전화면접 방식 조사(CATI)에서 조사업체 별로 큰 차이가 벌어져 관심을 모은다.
한국갤럽이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18세 이상 1002명 전화 면접)에선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직전 주보다 6~7%포인트나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대해 갤럽 측은 “정치 지형이 격변 중”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KBS가 24일 발표한 조사 결과(18세 이상 3000명 전화 면접)와, 여론조사꽃이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18세 이상 2004명 전화 면접)에선 이런 대격변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응답자 규모가 2~3배인 2천~3천명 조사에선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갤럽의 1천명 조사에서만 유독 6~7%포인트라는 큰 차이가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갤럽 조사에선 국민의힘 당 지지율이 직전 주 대비 6%포인트나 올랐다(30% → 36%). 또한 김문수 후보 지지율도 7%포인트나 올랐다(29% → 36%).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모두 6%포인트(민주당 48 → 42%, 이재명 51 → 45%)나 하락했다.
그 결과 갤럽 조사에선 양당 지지율 격차가 1주일만에 18%포인트 → 6%포인트로, 이재명-김문수 지지율 격차는 22%포인트 → 9%포인트로 줄어드는 대격변이 나타났다.
하지만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선 직전 주와 비교해 당 지지율이나 대선 후보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3당 지지도는 43%, 33%, 6%로 직전 주(39%, 31%, 7%)보다 각각 +4%포인트, +2%포인트, -1%포인트 상승 또는 하락했다. 양대 정당은 상승했고 개혁신당은 하락했다.
후보 지지율도 민주당 이재명 49%(직전 주보다 +3%포인트), 국민의힘 김문수 34%(직전 주보다 +3%포인트), 개혁신당 이준석 8%(직전 주와 동일)이어서 비슷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결집하는 양상일 뿐, 갤럽 조사에서처럼 ‘보수 大결집’ 양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여론조사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6일 발표된 결과에서 당 지지율은 민주당 49.2%(직전 주보다 1.1%포인트 하락), 국민의힘 31.1%(0.9%포인트 하락), 개혁신당 8.6%(2.8%포인트 상승)로, 개혁신당의 상승세가 관찰됐을 뿐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도 이재명 48.9%(직전 주보다 3.2%포인트 하락), 김문수 30.8%(1.3%포인트 상승), 이준석 9.6%(2.6%포인트 상승)여서, 1~2%포인트 수준의 보수 결집 양상은 확인됐지만, 갤럽 조사에서와 같은 6~7%포인트의 大변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리 녹음된 설문을 들려주면서 응답자가 전화 버튼을 누르게 하는 ARS(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는 비용이 적게 들고, 정치 고관여층의 의견을 파악하는 데 유리한 반면, 갤럽-KBS(코리아리서치)-꽃이 실시한 전화면접(CATI) 방식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람끼리 대화하면서 답변을 듣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귀찮아 하는 중도층의 숨은 의견까지 잡아내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더구나 이 세 여론조사는 모두 실제 존재하는 무선 전화번호를 이통 3사로부터 사들여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응답자가 자신의 나이나 거주지를 속일 수 없다. 돈은 가장 많이 들지만 정확도가 가장 높은 조사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도 결과에서 갤럽과 나머지 두 업체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벌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여론조사꽃 조사를 실시한 박시영 컨설턴트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에서 “이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여론조사의 설문지 내용은 물론, 조사 요일-시간대까지 공개하고 있으니 한 번 비교해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세 여론조사를 비교했더니 일부 차이가 관찰됐다.
우선 한국갤럽은 20~23일(화~목) 오전 10시~오후 6시 조사했다. 평일 낮 시간대, 즉 바쁜 직장인은 응답하기 힘든 시간대였다.
반면 KBS(코리아리서치) 조사의 경우 날짜는 20~23일(화~목)로 갤럽과 동일했지만, 시간대가 화요일 오전 9시 59분~오후 8시 32분, 수요일 오전 9시 31분~오후 8시 31분, 목요일 오전 9시 49분~오후 6시 26분으로 더 폭이 넓어 퇴근 뒤의 직장인 응답까지 일부 받아냈을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꽃의 조사는 23일(금) 오후 2시 10분~오후 9시, 24일(토) 오후 2시 50분~오후 7시 20분 실시돼,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 저녁 시간대까지 직장인들의 응답을 받아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각 조사의 응답률과 표본오차(95% 신뢰수준)는 △갤럽: 17.8%, ±3.1%P △KBS(한국리서치): 19.5%, ±1.8%포인트 △여론조사꽃: 18.9%, ±2.2%포인트여서, 응답자 숫자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