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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론지형은 그대로인데 여론조사 업체가 ‘시간대’를 바꿔서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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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5.05.29 12:37:48

MBC TV가 계속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M'의 그래프.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보수 지지율이 크게 올라간 모습을 보여준다. (MBC 여론M 화면 캡처)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투표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은 ‘1번(이재명)의 하락 또는 정체’ 그리고 2번(김문수) 또는 4번(이준석)의 상승세였다.

그래서 “격차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릿수로 줄었다”는 보도가 많았다.

단 1주일 사이에 꽤 큰 폭으로 움직인 여론조사 결과는 KBS TV가 실시한 조사에서 두드려졌다.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세 차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5일, 22일, 27일 각각 발표. 이 기사에서는 5월 2주차, 3주차, 4주차로 명명)에서 두드러졌다.

KBS-한국리서치가 실시한 5월 2, 3, 4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뉴스 화면들. 위는 2주차와 3주차 사이의 변화를, 아래는 3주차와 4주차 사이의 꽤 큰 진폭을 보여준다. (KBS 보도화면 캡처)

2주차와 3주차의 변동은 이재명(46 → 49%로 3%포인트 상승)과 김문수(31 → 34%로 3%포인트 상승)가 오르고 이준석은 그대로(8 → 8%)였다. 1번과 2번 후보의 지지율이 1주일만에 3%포인트씩 올랐다니 꽤 큰 변화였다.

이어 3주차와 4주차 사이에도 제법 꽤 큰 변동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1번 후보가 4%포인트나 큰 폭으로 가라앉고(49 → 45%), 2번과 4번은 모두 2%포인트씩 상승했다. 이른바 진보는 크게 가라앉고 보수 두 후보는 꽤 올랐으니 ‘보수 결집’이란 뉴스 제목을 달만한 결과였다.

이런 큰 변동에 따라 1번과 2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5월 2-3주까지만 해도 15%포인트 차이로 두 자릿수였지만, 4주차에선 9%포인트라는 한 자릿수로 크게 줄어들었다.

더구나 두 보수 후보(2번과 4번)가 단일화해 산술적 합산이 이뤄진다면 이재명 45% 대 보수 단일 후보 46%로 ‘보수의 승리 가능성도 보인다’는 절묘한 계산도 가능한 조사 결과였다.

요동치는 지지율 변화를 보도한 헤럴드경제의 다음 포털 지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 “선거 한 달 전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그대로 투표 결과에 반영된다. 그리 큰 폭으로 변동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KBS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매주 2~4% 포인트 진폭으로 여론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KBS의 조사는 가장 돈이 많이 들고 정확도도 높다는 안심 전화번호(이통 3사 제공)를 이용한 직접 전화면접(CATI) 방식 조사다. 자동응답(ARS) 방식처럼 응답자가 자신의 연령대나 거주지를 속이기 힘든 구조다. 이렇게 비싼 여론조사를 하고서도 이처럼 조사 결과가 널을 뛴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찹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공개하는 KBS-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표를 들여다봤다. 5월 2, 3, 4주차 사이의 가장 큰 차이라면 2-4주차는 1천 명 조사였으며, 3주차만 3천 명 조사였다는 점이다. 정확도 측면에서는 당연히 3천 명 조사 결과가 더 신뢰도가 높다.

또 다른 차이점도 있었다. 2와 4주차(1천 명 응답) 때는 아무리 늦어도 오후 6시 30분 이전에 조사를 마쳤으며 3일간의 조사 중 마지막 날에는 오전에 조사를 마쳤다. 반면 3천 명을 조사한 3주차 때는 오후 8시 30분이 넘도록 전화를 걸었으며, 마지막 날에도 오후 6시 30분이 넘겨서야 조사를 마쳤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KBS-코리아리서치와 여론조사꽃의 조사 시간대. 조사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관찰된다.

물론 이러한 조사 시간대 차이를 “1천 명 조사 때는 1천 명을 상대적으로 쉽게 채울 수 있어서 오후 6시 30분 이전에 조사를 마칠 수 있었고, 3천 명 조사 때는 인원 수를 채우느라 저녁 늦게까지 전화를 걸어야 했다”고 이유를 밝힐 수도 있다.

하지만 KBS-한국리서치의 조사 시간대를 여론조사꽃의 조사 시간대와 비교한다면 당장 큰 차이가 눈에 두드러진다. 두 조사 모두 동일한 조사 방식(가장 비싸다는 CATI 방식)을 동원했다지만, 여론조사꽃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거의 모든 조사가 저녁 9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론조사꽃의 조사에서는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와 같은 ‘지지율 널뛰기’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12.3 쿠데타 이후 형성된 여론 지형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든느 조사 결과다.

급격한 여론 변동이 있다고 보도한 28일 KBS TV 화면. 

왜 어느 조사는 ‘주로’ 오후 6시 30분 이전에 끝나고, 다른 업체의 조사는 오후 9시까지 길게 이어지는지는 외부인으로서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같은 조사기관이 같은 방법으로, 거의 동일한 설문으로(실제로는 약간의 설문 순서 변경 등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불구하고 단 1주 사이에 2~4%포인트씩 ‘널뛰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를 근거로 “민심 요동” “보수 大결집 중”이라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한국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미치는 큰 영향력을 돌이켜볼 때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앞으로 면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련태그
여론조사꽃  여론조사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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