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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秋)향저격③] 2025년 가을 패션이 제시하는 ‘뉴 에라’, 본질에서 혁신을 찾다

LF·삼성물산 패션부문·이랜드, 절제된 미학 속 풍부한 스타일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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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4호 김예은⁄ 2025.09.22 17:27:31

구호는 ‘New Era of KUHO(뉴 에라 오브 구호)’를 주제로 한 FW 캠페인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완성한 감도 높은 캠페인, 업그레이드된 상품력을 통해 고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고 구호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2025년 가을, 한국 패션 시장은 급변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 맞춰 오히려 불변하는 본질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단순한 의류의 개념을 뛰어 넘어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랜드 등 주요 패션 기업들이 선보인 컬렉션들은 절제된 미학의 강화, 헤리티지와 미래의 조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실용성이라는 3가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뉴 에라(NEW ERA, 새로운 시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절제된 우아함, 본질에 집중하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과시적인 로고나 화려한 장식 대신, 소재의 질감과 섬세한 실루엣, 그리고 깊이 있는 색감으로 세련미를 드러내는 ‘콰이어트 럭셔리’ 트렌드의 심화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태도를 반영하며, 패션의 본질인 ‘만듦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구호는 ‘New Era of KUHO’를 선언하며, 건축적인 미학을 패션에 접목해 감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업한 이번 캠페인은 파빌리온(pavilion, 임시 구조물)을 모티브로, 비어 있는 공간과 면이 접히고 휘어지는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특히 ‘캐시미어 아이콘 코트’는 구조적인 어깨선과 길어 보이는 실루엣을 강조하며, 각 아이템이 자유롭게 조화되는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이는 구호가 추구하는 ‘풍부하고 유연한 스타일링’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정제된 실루엣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미학을 구현했다.


던스트는 ‘자연스럽고 정제된 감각’을 모토로,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안젤라 힐과의 협업을 통해 ‘STAY’ 캠페인을 공개했다. 일상 속 ‘머무름’의 미학에 주목한 이 캠페인은 디지털 시대의 빠른 속도감 속에서 오히려 느림과 기다림이 주는 가치에 집중한다. 스웨이드 재킷, 클래식 트위드 재킷 등 질감 있는 소재와 그레이, 뉴트럴 톤 등 차분한 색감을 활용해 겉으로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깊이감과 절제가 깃든 룩을 완성했다. 이는 패션을 단순한 아이템이 아닌 ‘삶의 태도를 담는 매개체’로 정의하는 던스트의 철학을 반영한다.

르베이지는 브랜드 미학과 대표 신상품을 보여주는 2025년 가을·겨울 시즌(FW) 캠페인을 공개했다. 르베이지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시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매 시즌마다 국내 명소들을 배경으로 주요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캠페인 영상과 화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르베이지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답게, ‘숨김과 드러냄의 공존’을 뜻하는 ‘은현(隱顯)’을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경주 황룡사지에서 촬영된 화보는 사라진 건축물의 흔적을 배경으로 르베이지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고요한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광택감 있는 소재의 코트나 헤링본 울로 제작된 드레스는 절제된 색감과 간결한 실루엣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조용한 우아함’을 확고히 한다.


닥스 액세서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전략 신제품으로 ‘클라백’을 선보였다. 곡선미를 살린 입체적인 형태와 빈티지 주얼리에서 영감받은 ‘D’자 금속 장식은 닥스의 클래식한 품격에 세련된 감각을 더한다. 부드러운 엠보 소가죽을 사용해 데일리 백의 실용성까지 놓치지 않으며, 클래식과 감각적인 스타일을 중시하는 여성 고객층을 동시에 공략한다.


질스튜어트뉴욕 액세서리는 론칭 10년 만에 전면 리뉴얼을 단행하며 ‘절제된 우아함’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하고, 은은한 로고 각인과 새로운 ‘오벌 쉐입’ 잠금 장식을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특히 최고급 이태리산 스웨이드 가죽을 사용한 ‘스웨이드 백’은 조용하지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품질을 기반으로, 단순한 가성비 경쟁이 아닌 ‘합리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가격 전략을 펼치며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바버x마가렛호웰 콜라보 컬렉션. DB Trench, Transport Wax Jacket. 사진=LF

헤리티지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들은 그들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 변주함으로써, 브랜드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신선함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바버는 1894년 창립 이래 왁스 재킷으로 대표되는 전통을 지켜왔지만, 최근 LF를 통해 현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마가렛 호웰’과의 세 번째 협업 컬렉션은 전통적인 왁스 재킷의 묵직함 대신, 절제되고 간결한 무드의 아우터를 선보이며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의 만남’을 구현했다. 특히 이번 협업을 위해 독점 개발된 ‘켈프(Kelp)’ 컬러는 바버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구호플러스는 ‘과거에서 온 미래(Futures From Yesterday)’를 콘셉트로, 지난날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K팝 아티스트 트와이스 지효와의 화보를 통해 가죽 점퍼와 부츠컷 데님 팬츠, 새틴 점퍼와 미니 드레스 등 과거의 아이템을 감각적으로 조합한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새틴 점퍼와 밑단 주름이 특징적인 새틴 스커트는 심플함과 장식성이 조화된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다.


후아유는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가을 데님 컬렉션 ‘블루 레거시’를 공개했다. 아메리칸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짙은 인디고 색감, 견고한 소재감, 시대를 초월하는 실루엣으로 가을의 깊이를 표현했다. 데님 오버롤, 데님 셔츠, 데님 팬츠 등 다양한 데님 상품을 통해 브랜드의 근본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면서도, 와이드, 세미 와이드 등 현대적인 실루엣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로엠은 가을 시즌을 맞아 시그니처 아이템인 트위드 자켓을 출시했다. 전작의 기장감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디 기장감까지 실루엣을 확대했으며, 데일리템과 함께 모던하게 연출하도록 기획했다. 사진=이랜드

로엠은 시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시그니처 아이템 트위드 재킷을 전작 대비 소재와 실루엣을 개선하여 선보였다. 편안한 핏을 원하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기장과 소매 길이를 늘리고, 안감 소재를 고급 트윌로 변경하는 등 디테일한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아이템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편안함과 품질을 더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전략이다.

 

실용성 강화, 라이프스타일을 담다
현대인의 삶이 다양화되면서 패션은 더 이상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운동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실용적 기능이 중요해졌다. 이번 시즌 브랜드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능성과 편안함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통합했다.


닥스 골프는 골프웨어가 라운드뿐 아니라 일상과 여행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맞춰 ‘클래식 헤리티지’에 ‘경량성과 기능성’을 결합한 아우터 라인업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라이트, 타임리스 헤리티지’를 슬로건으로, 고급 경량 소재와 ‘옥타(Octa)’ 충전재를 대폭 활용해 아우터와 니트의 중량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트래블 시리즈’는 패커블 디자인으로 휴대성을 높이고, UV 차단 및 발수 기능을 더해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기능성 제품을 넘어, 골프와 일상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접근이다.

닥스 골프가 스타일과 기능을 겸비해 출시한 가을 아우터 라인업. 사진은 트래블 시리즈의 대표 제품인 ‘듀얼레이어 패커블 점퍼’. 사진=LF

리복은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트렌드에 주목해, 운동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올가을에는 ‘윈드 브레이커’를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2000년대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프리미어 윈드 브레이커’는 와샤 원단과 메시 안감을 적용해 통기성과 착용감을 강화했다. 특히 ‘메시 걸(Messy Girl)’ 트렌드와 결합해, 윈드 브레이커를 레이스나 시스루 아이템과 믹스매치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룩’을 제안한다.


앳코너는 론칭 10년 만에 ‘이지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리뉴얼을 선언하며 ‘쉽고 센스 있게 입는 여성복’을 지향한다. ‘Not casual. Not formal. Not genderless’라는 키 메시지는 평일 출근부터 주말 데이트, 경조사, 여행까지 일상의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옷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특히 벨티드 디테일, 비죠, 스트랩 등 2way 연출이 가능한 디자인 요소를 더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디 애퍼처는 절제된 디자인과 소재의 본질에 집중한 2025년 가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디 애퍼처는 ‘단순함의 깊이’를 주제로 소재의 본질에 집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재킷과 롱 스커트로 구성된 슈트 셋업은 일본 및 영국의 유서 깊은 원단으로 제작되었고, 셔츠는 스페인 프리미엄 면 소재를 사용했다. 간절기나 실내에서 착용하기 좋은 카디건, 블루종 등 실용적인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다양한 TPO에 활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룩을 제안한다.


이번 2025년 가을, 패션 브랜드들은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정의하고, 소비자의 변화하는 삶의 방식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브랜드가 가진 본질을 고객과 스토리텔링으로 교감하려 한다. 이러한 노력은 패션이 단순히 ‘입는 것’을 넘어, ‘나’를 표현하고 내가 주도하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가을,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뉴 에라’를 만들어갈 것인가?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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