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태국에서 가상은행(Virtual Bank) 설립을 추진하며 동남아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21일 태국 주요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가상은행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태국 중앙은행(BOT)이 도입하는 가상은행 사업에 공동 참여한다.
합작투자계약 체결식은 21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렸으며, SCBX의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대표와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가 참석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한 구조다. 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웃돌고 실시간 결제 시스템 ‘프롬프트페이’가 보편화되는 등 디지털 금융 환경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인구가 충분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언더뱅크 계층으로 분류된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혁신적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합작법인의 지분 10%를 우선 취득한 뒤, 단계적으로 24.5%까지 확대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축적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UI·UX 기획과 모바일 앱 구축 등 프론트엔드 개발을 주도하며, 중국 위뱅크(WeBank)의 자회사인 위뱅크 테크놀로지 서비스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번 태국 진출은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Super Bank)’를 통해 쌓은 글로벌 사업 경험을 확장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슈퍼뱅크는 고객 수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최근 현지 증시 상장에도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성공 모델을 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가상은행은 향후 시스템 구축과 준비 과정을 거쳐 공식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출범 일정은 태국 중앙은행의 인가 이후 확정된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및 기타 지역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하고,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금융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는 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태국 진출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한국 은행이 다시 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가상은행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개척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